특히 정 전 장관이 ‘4대강 살리기’ 등 국책사업에 중점을 뒀다면, 후임자인 권 장관은 전셋값 폭등 등 주택문제 현안 해결의 임무를 띠었다는 점에서 국토정책의 무게감이 주택·토지 쪽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MB정부 출범 시 제 1차관을 지내면서 현 국토부의 기조를 다져온 권 장관이라 '4대강 사업' '건설·주택 시장 활성화' '보금자리주택 보급' 등 현안에 관한 정책 추진은 이전과 크게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통전문가’였던 정 전 장관이 교통친화적, 특히 철도 위주의 교통정책을 기반으로 국토정책을 이끌어 왔다면, ‘주택·토지 전문가’인 권 장관은 건설친화적 정책을 내세우며 국토정책을 입안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권 장관이 지난 2007년 7월부터 국토부 차관 임명 전까지 약 9개월간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역임하면서 도로분야에 식견을 넓혀온 터라 현재 철도로 넘어간 국가 기간교통망이 다시 도로로 환원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철도청장,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한 정 전 장관은 지난해까지 매년 약 4조원 가량의 철도 투자비를 올해부터 6조원으로 늘려 10년간 약 60조원 투입한다는 ‘국가 고속철도망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더불어 2020년까지 SOC 투자 중 철도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문제는 이 예산의 대부분이 도로분야에서 옮겨가면서 도로업계 및 해당 정책 담당자들의 불만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과거 건설부 출신으로 건설·주택분야 정책에 밝고, 도로공사 사장을 역임한 권 신임 장관이 이에 대해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지켜볼 일이다.
◆주택시장 활성화 피할수 없는 과제
건설·주택 정책의 경우, 권 장관이 지난 인사청문회와 취임식에서도 언급했듯이 ‘건설·주택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추진 형식에 있어서 '국토부 1기'와는 확연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불도저'라고 불릴만큼 강력한 추진력과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능했던 정 전 장관이 여러 번의 '대책'을 통해 부동산 정책을 이끌었다면,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전형적인 관리형 스타일인 권 장관은 굵직한 대책보다는 점진적인 규제 완화로 주택 현안을 풀어나갈 것이라는 게 국토부 내의 전망이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이 주택 정책을 결정할 때 굵직한 나무를 보면서 판단했다면, 권 장관은 그 밑에 깔린 잔디까지 다 보시고 판단하실 분" 이라고 평했다.
사실 정 전 장관의 재임기간 동안 '주택 경기 활성화' '미분양 해소' 등 각종 굵직굵직한 대책들이 나왔지만, 시장은 오히려 침체를 면하지 못하며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권 신임 장관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정 전 장관 체제에서 1차관을 맡았던 권 장관은 어떻게든 '건설·주택경기 활성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권 장관도 지난 1일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세심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감안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규제를 덜어내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 장관은 취임식에서 “국민생활과 기업활동에 불편이 없도록 규제완화를 지속해야 한다"며 "특히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덩어리규제를 계속 발굴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권 장관은 "그동안 많은 규제를 완화하면서 수요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려 오히려 불편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며 "좀 더 세밀하게 규제완화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권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다주택자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내비친 반면 최근 정치권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며 점진적인 규제완화를 예고했다.
◆해양정책 비중 확대 예고
이와 더불어 국토부 통합 이후 그동안 소외됐던 해양정책도 '국토부 1기' 때보다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권 장관은 지난달 31일 공식적인 취임식마저 갖지 않은 상태에서 첫 외부행사로 강원도 고성군에서 열린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은 정책기조를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취임사에서도 △덴마크 선박회사인 머스크의 선적량과 국내 해운업계의 비교 △해안 레저 관광개발 △해상투기 근절 등을 언급하며 이전보다는 적극적인 해양정책을 추진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국토부 해양 분야 관계자도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권 장관은 차관 시절 해양·해운·항만의 정책결정과정에도 항상 참여하고, 국토정책국장 시절 항만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다”며 “특히 해변 공원 및 해안 연안권 공간 관리를 선진국형으로 전환하려는 정책 추진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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