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우리금융 민영화는 임기 내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다음 정권이 출범한 뒤 여론을 다시 수렴해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금융 매각의 분수령이 될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놓고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던 금융당국은 외부의 거센 비판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백기 투항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출석해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22일로 예정된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시행령 개정 포기 방침을 공식화하고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입장을 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부실 및 비리 사태로 수개월째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던 금융당국은 이번 우리금융 민영화까지 무산되면서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부분에서의 ‘MB노믹스’ 구현도 요원해졌다.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이미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 원장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놓는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크게 낮아졌다. 당장 정권 말기의 민심을 좌우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과 카드, 저축은행 등 각 금융 권역에서는 금융당국에 대한 집단 반발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구조 개선안에 대해, 카드업계는 레버리지 한도 규제에 대해, 저축은행권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 매각 방안에 대해 각각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항명’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이른바 ‘표퓰리즘’ 행보도 금융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표심 확보를 위한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 정무위에서 발의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으로 저축은행 후순위채까지 전액 보전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 각종 악재까지 겹치면서 정책 추진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할 일은 많은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해결사’ 김석동 위원장을 필두로 한 금융당국이 업계와 소비자, 정치권의 비판을 무마하고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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