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섹은 27일 블룸버그에 게재된 '유럽이 1997년의 아시아 위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란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아시아가 당시 위기 속에 일부 지도자가 물러나고 사회 소요가 발생했으며 민생도 나빠졌음을 상기시키면서 지금의 그리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섹은 그러나 당시의 아시아와 지금의 유럽은 다른 점도 많다면서 인도네시아, 한국, 태국이 14년 전 위기를 겪을 때는 지금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국가보다 훨씬 덜 개발됐으며 중국도 제조업 강국이 되기 전임을 상기시켰다.
반면 미국은 당시 국제사회를 지원하는 게 지금보다 훨씬 쉬운 입장이었음을 덧붙였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유럽이 당시 아시아 위기로부터 다음의 5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페섹은 강조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는 피하기 어렵다
태국이 지난 1997년 7월 바트화를 절하했을 때 인도네시아는 '태국처럼 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는 같은 신세였다. 한국 역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를 피할 수 있음을 강조했지만 끝내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미국과 일본은 거의 침체 상태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그리스처럼 경쟁력이 떨어지는 나라가 버틸 재간이 없음도 현실이다.
◇빚을 청산하라
빚을 청산하면 경제 회생이 빨라진다. 그리스는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의 ‘금융 창의성’에 크게 도움받아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로에 가입했다. 이 때문에 그리스가 지금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시장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지난 1997년 12월 IMF로부터 570억 달러를 구제받으면서 신속하게 행동했다. 부실 기업과 은행을 정리하고 탈세도 엄단했다. 부채에 대해서도 솔직한 입장을 취했다.
그리스도 이런 식으로 신속하게 채무 조정을 해야만 하고 이에 대한 압력은 또 다른 재정 취약국인 포르투갈, 스페인 및 이탈리아에도 미칠 것이다. 만약 그리스가 1년만 빠르게 움직였더라면 시장에서 이렇게까지 냉대받지 않았을 것이다.
싱가포르 소재 LGT그룹의 남아시아 투자전략 책임자 사이먼 그로스-호지는 "아시아 위기는 고통이 따르지만 문제의 근원에 빠르게 대처할수록 그로부터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을 잊지 말라
유로존의 재정 개혁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고용 창출이 늘어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도 필수적이다.
아시아는 위기를 겪으면서 서비스 시장을 열고 적자 쪽을 과감히 정리하고 연고주의를 억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이것이 효과를 냈다.
아시아는 여전히 빈곤과 부패가 만연하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지출을 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유로존 국가들이 성격상 통화 절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일한 방법은 개혁이다.
◇해결책은 세제 손질이 아닌 성장이다
일본은 계속 국채를 찍어내 경기 부양을 추구하는 실책을 범함으로써 엄청난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기대했던 효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재정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급기야 1997년 소비세를 인상함으로써 미약한 회생 기반마저 무너뜨렸다.
지금의 국제 환경에서는 성장이 재정 균형으로 이르는 올바른 길이다. 결코 세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증세는 성장을 단지 저해할 뿐이다.
◇시장은 금방 잊고 용서한다
물론 IMF 구제는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지만 핵심은 조건이다. 그리스는 과거 인도네시아, 한국 및 태국에 비해 IMF 구제금융 패키지 조건이 훨씬 덜 까다롭다.
아시아는 이를 발판으로 지난 14년 사이 급부상했다.
이제 그리스도 설사 그것이 디폴트를 의미하더라도 필요한 것을 하게 놔둬야 한다.
아시아가 위기 후에는 새 삶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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