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만도 등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최근 난공불락으로 여겨왔던 일본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 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추가수주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기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음달 1일부터 발효되면서 다양한 완성차 업체들이 분포된 유럽 시장의 진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과 달리 부품업계에서는 ‘그들만의 이야기’라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 업체 몇 곳을 제외한 대다수의 부품 업체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간 일본 자동차 부품 시장은 높은 기술수준과 까다로운 제품품질, 보수적인 영업거래망 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 진출이 매우 힘든 곳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속된 엔고의 압박과 동일본 대지진 사태로 인해 그 진입 장벽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국내 업체들이 일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부품 표준화의 문제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의 상당수가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거래관계를 맺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현대·기아차로부터 기술 이전을 비롯해 안정된 물량 확보를 보장받는다. 이 같은 관계는 사업 전반에 걸친 종속 관계로 변질돼 각 개별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도 기술적 표준화 문제가 걸림돌이다. 다음달부터 발효되는 한국과 유럽연합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국내 부품 업체들에게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이는 극히 소수라는 관측이다.
제품의 안전 및 내구성, 호환성, 측정방법, 환경오염수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에서 주최한 FTA 관련 기자회견에서 토마스 가이어 자동차부품위원장은 “관세가 철폐되면 부품산업에서는 한국 기업이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관세 철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안전과 환경, 기술에 대한 표준화로 발생하는 혜택이 더 많은 이득이다”고 강조했다.
한 중소부품업체 관계자는 “해외 시장 진출은 모든 업체들이 바라는 일이지만 기술력 없이는 꿈도 못 꿀 일”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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