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균형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결혼하면 살얼음 걷는 것 같이 조심 조심 걸어라" 엄마의 말씀, 잊지않았다.
결혼 13년차, 아직도 아슬아슬 '외줄타기 속 균형잡기'중이다. 하지만 그녀, 스마일 미소가 가득한 작품처럼 행복이 넘친다.
'살림처럼 작업'하는 조각가 김경민(41)의 개인전 LIFE STORY(라이프 스토리)’가 6일부터 소격동 선컨템포러리(대표 이명진)갤러리에서 열린다.
남편과 삼남매는 작품의 시작이자 끝. 일상에서 건져올린 순간들을 만화처럼 입체화시켰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긴 팔과 다리를 가진 작품속 모델들은 모두 작가의 가족들. 꿈을 꾸는 듯한 표정과 핑크, 그린, 블루등 알록달록 옷을 입은 작품들은 보기만해도 배시시 웃음이 터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가족이라는 큰 틀을 주제로 작업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전체의 균형을 강조했다. 특히 남편에게 보란듯이 작업했다.
남편에게 제대로 선물한번 받아보겠다고 만든 '기념일'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경민 작가. |
"결혼 12년동안 선물한번 못받았어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바리바리 들고 메고 경쾌하게 걷고 있는 남자 작품 '기념일'은 작가가 꿈꾸는 소원이다.
하지만 부부 금슬도 자랑한다. 다리를 쫙 벌리고 힘껏 등을 밀고 있는 남자, 벌거벗은 온 몸을 내맡기고 으흠~ 시원해 하는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를 담아낸 '친한 사이'는 누가 뭐래도 사랑스런 부부의 모습. 작가는 "남편과 자신의 모습'이라며 "맞닿음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상부상조하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했다.
'가족에 살고 가족에 죽는' 작가는 누가 뭐래도 아이들과 가정이 중요하다. 결혼전에는 사회시사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지만 결혼후에는 온통 가정과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래서 "어떻게 작업을 시작해볼까가 아니라, 생활속 장면을 보면서 저걸 작업으로 만들어 볼까 상상해서 나오는 작품들"이라고 했다.
엄마와 삼 남매가 한 욕탕에서 목욕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유토피아’는 작가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았다. 작가는 “신의 축복인 우리 아이들과 함께 목욕을 하면서 ‘이 순간이 내게는 진정한 유토피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젠 묵직하고 개념있는 조각보다 사랑받는 그의 작품은 불과 4-5년전까지도 "이게 조각이냐, 장난감"이라는 취급을 받았다.
피규어같은 작품. "이렇게 하고 싶은대로, 편안하게만 해도 되나?" 고민도 했지만 조각을 제대로 전공한 '조각 동지'인 남편(권치규)의 칭찬덕에 훌훌 털어버렸다.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피는 남편을 담아낸 작품 '똑.똑'. |
이야기가 샘솟는 작품처럼 조각을 하게된 작가의 사연도 작품을 이해하는 장치다.
"길죽한 사람들이 탄생하게 된 것은 제가 정말 인체 모델링을 못하기때문이에요. 사실적인 조각을 배우는 시간이 없었거든요."
고등학교 2학년때였다. 미술반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녀에게 친구가 건넨 로댕의 화집. 카미유와 로댕의 사랑이 너무 멋있어 조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미술학원 조소실에 만난 선생은 모범생이자 그림을 그리고 있던 작가에게 "하던 그림이나 그리라"며 나가라고 했다. 괴팍스런 선생, 그는 하늘로 돌아가 별이 된 조각가 구본주였다. 그가 있는 조소실에 얼씬도 못했던 작가는 구본주선생이 학원강사를 때려치고나서야 조소실로 들어갈수 있었다. 그때가 고등학교 3학년. 로댕 때문에 시작된 조각은 20여년간 한결같이 작가가 세상과 통하는 열정이다.
친한 사이. acrylic on F.R.P, 23x55x44cm. |
"조각이라는 캔버스위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작품을 보는 모든 사람이 거부반응없이 즐겁고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상속 풍경과 그속의 소소한 행복을 조각하는 작가는 96년 제7회 MBC한국구상조각대전 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다. 성신여대 조소과, 동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고, 현재 홍익대 미술대학 박사과정을 다니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가족, 바지를 반쯤내리고 변기에 앉아 담배피우는 남편, 설레임에 날아갈 듯한 첫출근하는 남자, 정면,뒷면,측면에서 봐도 웃음이 터지는 작품이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세요?" 전시는 31일까지. (02)720-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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