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가 하이닉스 인수 의사를 밝히자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시장은 우려는 크게 △STX유럽·STX다롄의 정상화 △인수자금 마련 △설비투자 자금조달 △국부유출 논란 등 4가지로 요약된다.
STX로 향한 불안한 시선의 실체를 알아보자.
유동성 위기설은 최근 몇 년 사이 STX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시황 악화로 STX유럽과 STX다롄에 투입된 대규모 투자금의 회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STX가 하이닉스 인수보다는 해외 사업장의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5월 선정한 아시아 베스트 애널리스트 4명 가운데 중공업분야에서 유일하게 뽑힌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생각을 달리했다.
이석제 이사는 STX유럽의 경우 “크루즈선 발주의 회복세와 경쟁사의 수주 여력 소진으로 인해 ‘턴어라운드’는 이미 정해진 사실”이라며 “STX다롄도 올해 25척, 내년 40척을 각각 인도하면서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 향상으로 확실한 실적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STX유럽과 STX다롄 등 STX의 해외사업장들이 경쟁력을 갖춘 만큼 정상화단계에 이미 들어섰다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곳간이 비었다는데…” 돈은 있나
하이닉스 인수자금은 최소 2조6000억에서 최대 3조원으로 예상된다. STX는 중동 국부펀드와 50대50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다. STX가 자체적으로 동원해야 자금은 대략 1조4000억원 수준이다.
STX는 3조원 가량의 현금성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STX의 지난해 순차입금 규모가 7조5373억원, 부채비율이 458.4%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인수자금 조달은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STX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우량 자산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외부 차입없이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두산이 과거 인프라지원그룹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선호한 방식이다.
이종철 STX 부회장은 지난 6일 “시장에서 사고 싶어 하는 물건 순으로 우량 자산을 처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매물로 거론되는 STX에너지와 STX중공업의 순자산 가치가 각각 3398억원, 291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인수자금 마련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은
STX의 투자자금 조달 능력에도 의문부호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 상 매년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하이닉스도 향후 10년 동안 40조~60조원이라는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는 하이닉스가 자체 수익으로 지난해와 올해 3조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3조38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도 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인수기업의 재무지원 없이도 상당한 수준의 투자비용을 자체 조달할 수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3조2730억원에 달했다.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에비타(EBITA)도 6조1000억원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올해 D램 가격이 1달러 미만인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견 고한 수익성을 갖췄다”며 “이는 하이닉스가 불황 속에서도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STX중공업·STX 다롄·STX프랑스·STX핀란드 등 자회사 상장을 통해 STX에 추가로 자금이 유입되는 점도 이런 우려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부유출 논란
한편 채권단은 그동안 하이닉스를 해외 경쟁사에 매각하는 것은 국가 핵심전략산업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선을 그었다. 이로 인해 STX가 끌어들이는 중동 국부펀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업계에서는 STX의 재무적투자자로 나서는 중동자금을 아부다비 국부펀드 계열 ATIC로 예상하고 있다. ATIC는 싱가포르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차터드세미컨덕터를 인수한 바 있고,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 AMD와 합작으로 세계 3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를 설립했다. 하이닉스에도 수차례 관심을 보였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와 UAE 간 원전수주로 돈독해진 경제협력 관계를 감안할 때 정부도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우리 정부는 한-UAE 경제협력협정에 따라 UAE와 ‘조선산업 및 반도체 산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부다비 국부펀드는 재무적투자자로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때문에 경영권은 STX가 행사할 것”이라며 “인수합병(M&A) 관례에 비춰봤을 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