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의 영국내 미디어그룹인 ‘뉴스 인터내셔널’은 뉴스오브더월드와 정론지로 통하는 더타임스, 일요신문 선데이타임스, 대중지 더선, 스카이뉴스 등을 소유하고 있다.
뉴스 인터내셔널은 그동안 39.1%인 스카이 지분을 100%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해 영국 정부로부터 가승인을 받은 상태다.
스카이는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등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가진 스카이스포츠와 스카이뉴스, 스카이영화 등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오브더월드가 특종 보도를 위해 정계, 연예계 유명 인사는 물론 실종 소녀, 테러 희생자 유족, 전사자 유족 등의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불법 해킹한 사실이 밝혀져 폐간하면서 스카이 인수를 막아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이미 영국내에서 언론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머독의 미디어그룹이 스카이까지 인수할 경우 영향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여론의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반대이유로 들고 있다.
머독의 영향력 증대를 우려하는 가디언,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BBC , 채널4 등 언론들은 공동 전선을 형성해 정부와 여론을 상대로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의 에드 밀리반드 당수는 이날 “해킹 사건에 대한 국정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스카이 인수 작업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밀리반드 당수는 BBC에 출연해 “국민은 지난주 추악한 광경을 목격했다”면서 “끔찍한 악습을 자행한 조직이 스카이 방송을 100% 소유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보수당과 함께 연립정부에 참여중인 자유민주당의 사이먼 휴 부당수도 “의회에서 스카이 인수를 저지하기 위한 표결이 이뤄진다면 자민당 의원들에게 노동당을 따르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 부당수는 이어 인수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뉴스 인터내셔널이 방송을 소유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 규제기관인 오프콤에 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카이 인수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머독이 전격적으로 뉴스오브더월드를 폐간한 것도 스카이 인수에까지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를 야기한 신문을 폐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카이를 예정대로 인수한뒤 계열 신문인 ‘더선’의 일요판을 만드는 방법으로 뉴스오브더월드를 복간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머독은 10일 런던으로 날아와 뉴스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 레베카 브룩스를 만나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머독은 런던 자택으로 찾아온 브룩스와 인근 식당으로 향하면서 “최우선 순위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브룩스를 가리키며 미소를 지은 채 “이 사람”이라고 대답해 그녀를 경질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머독은 전날에도 미국에서 브룩스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종 소년 밀리 다울러의 휴대전화가 해킹당한 2002년 편집장을 맡고 있던 브룩스는 해킹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야당은 신문사 고위층이 몰랐을 리가 없다면서 브룩스의 즉각적인 사임을 압박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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