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나비’를 연출한 김규민(37)감독은 10년전 북한에서 탈북한 실제 탈북자다. 김 감독은 "영화 내용 모든것이 진짜 목격한 실화"라고 말했다.
‘겨울나비’는 심각한 북한의 식량난을 보여준다. 한 가정의 엄마와 아들이 겪을 수밖에 없던 고통스런 시간을 소름 돋을 만큼 리얼하게 담아냈다. 먹을 것이 없어 물로 배를 채우고 급기야 종이와 흙을 씹어 먹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김 감독은 “북한에서 살 때 이 같은 모습은 일상이었다”면서 “남한으로 넘어온 뒤 그곳의 일상이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임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녹화하면서 제작진이 눈시울을 붉힌 적이 수없이 많았다”며 “북한 강제수용소를 탈출한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수만 명의 북한 사람들이 노동 교화라는 명분 아래 강제수용소에서 고문과 기아, 질병 등에 시달리며 중노동을 하는 현실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어느 날 잠을 자다 꿈을 꾼 뒤 곧바로 일어나 이틀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한 벼락같은 작품이다.
그는 ‘국경의 남쪽’ ‘타짜’ 연출부를 거쳐 ‘크로싱’의 조감독으로 활동하면 야심차게 데뷔작을 준비해왔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무산됐다. 이후 낙심에 빠져 지내다가 8년 전 완성한 '겨울나비' 시나리오를 꺼내들었다. 이후 주변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연출을 결심하게 됐다.
주변 응원에 힘입어 제작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여러 지인들이 무보수 합류를 약속했다. 최근 영화 ‘풍산개’가 2억대 제작비로 화제를 모았지만 ‘겨울나비'는 그보다 더 적은 예산으로 만들었다.
김 감독은 “일부 탈북자분들은 영화를 본 뒤 ‘북한의 실제 모습과 좀 다르다’고 지적하시는 분도 있다”면서 “워낙 적은 제작비로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며 겸연쩍어했다.
김 감독은 차기작으로 당초 데뷔작으로 준비하던 영화를 다시 꺼내들 생각이다. '탈북자 감독'으로서 소재 역시 또 북한 관련 내용이다.
김 감독은 “영원히 탈북자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겠지만 앞으로 코믹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이고 싶다"면서 "탈북자 감독 최초의 1000만도 이뤄보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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