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 여름은 상황이 달라졌다. 금값은 지난달 말 단기간 조정을 겪었지만, 저점이 온스당 1478달러로 불과 3개월 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와 맞먹었다. 잠잠했던 금값은 최근 1980년 이후 가장 긴 11거래일 연속 올랐고, 18일(현지시간)에는 사상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고조되고 있는 재정위기가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수요를 부추긴 탓이라는 게 주된 분석이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이 간과한 요인이 하나 더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인도의 수요가 과거 어느 때보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도에서는 축제나 결혼식 등의 행사 때 장신구로 쓸 금 수요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금이 가치저장 수단으로 새삼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금 수요 중 인도와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각각 32%, 20%였지만, 지난 1분기에는 두 나라의 금 수요 비중이 전체의 58%에 달했다.
FT는 인도의 금 수요 패턴의 변화가 국제 금시장의 계절적 특성마저 바꿔놨다고 지적했다. 지난 30년간 매년 6~8월 금값 상승세는 둔화를 거듭했지만, 올해는 지난달 이후 4.5% 올랐다는 것이다. 일례로 UBS가 올 들어 인도에서 판 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톰 켄달 크레디트스위스 귀금속 투자 전략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시간이 갈수록 금시장에 대한 계절의 영향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금시장이 과거보다 계절을 덜 타게 된 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지역의 부(富)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었다. 시장에서는 인도인들이 서구 투자자들처럼 금을 보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인도 뭄바이의 투자업체인 엠케이의 아툴 샤 상품 부문 책임자는 "인도인들이 축제나 결혼식을 위해 금을 사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인도인들은 (투자를 위해) 연중 내내 금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샬 카푸르 스탠다드차타드 자산운용 부문 책임자는 "인도인들은 이제 금을 집에 모셔두는 게 아니라 투자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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