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달보다 0.7% 상승한 4.75%를 기록, 연중 최고치를 찍으면서 정책 당국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지난 6월 말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에서 제시한 물가목표는 4%.
경제성장률을 4.5%로 하향조정하면서까지 내놓은 수치이지만, 당장 8월에도 4%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그야말로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도 '연간 4% 달성은 무리'라는 견해다. 채소류 가격 상승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책당국도 농산물 가격을 잡는 데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마철 농산물 가격 상승 예상못했나
그동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놓은 물가대책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구조적인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통구조 개선과 담합 등 불공정행위 근절로 물가상승 장기화를 막겠다는 대책이다.
온라인 '오픈 마켓'을 활용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불공정행위를 한 업체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유통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가공식품과 외식비 등 수요측면 불안요인을 잠재우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음식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른바 '착한 가게' 인센티브와 온라인 가격정보 공개 등 보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대안들이 많았다.
하지만 장마철과 집중호우라는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에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전월 대비 농산물 가격을 보면 배추(63.9%), 열무(95.1%), 상추(94.4%), 시금치(71.8%), 호박(39.7%)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주 기습폭우 피해가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채솟값 상승률(21.5%)은 1985년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돼지고기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1.2% 상승했고, 쌀(13.2%)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재정부는 농산물 가격동향에 대해 꾸준히 모니터링해왔다는 입장이지만, 뒤늦게 배추와 돼지고기에 대한 할당관세 추가 적용 등 수급정책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가 3%대 가능할까…'高물가 低성장' 우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5%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과연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에서 제시한 물가목표인 4.0%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당시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 내외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물가는 3% 초반에서 4.0%로 높였다.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높아지면 '고물가 저성장' 기조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9월 이후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3%대 이내로 흡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8월 물가도 4%대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의 물가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7월까지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3%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3.44%는 나와야 4.0%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8월에도 4%대를 유지하겠지만 9월부터는 기저효과로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하반기도 '천정부지' 기름값과 전기요금 인상이 본격 적용되는 등 물가를 끌어올릴 복병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채소류도 정부가 계약재배를 확대하거나 중국산 수입을 통한 가격 안정화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다음주 태풍 '무이파'가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작물 가격 변동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정부 관계자도 "고랭지 채소 등 농산물 수급안정에 대비하고 추석 수요 등 단기 불안요인에 대응하겠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동향분석팀 연구위원은 "근원물가지수만 보더라도 당분간 물가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폭우로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정책당국이 가격을 잡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올 평균 물가상승률은 4.0%를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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