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기소된 김장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3일 낮 한강에 투신했으나 즉시 출동한 한강 구조대의 도움으로 구조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부원장보는 이날 낮 12시30분께 서울 동작대교 남단에서 한강으로 뛰어내렸으나 행인의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한강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김 부원장보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의 저축은행 국정조사에 나갔다가 휴회를 틈타 한강에 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수난구조대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니 수면에 남성 1명이 있어 바로 구했다"며 "현장에서 의식이 뚜렷해 인공호흡 등 조치를 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투신 현장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보는 이어 오후 5시30분께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옮기던 중 차량 안에서 링거 호스를 목에 감고 자해를 시도하다 의료진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그는 구급차 운전사에게 "기자들 차가 따라오느냐"고 묻는 등 자신의 투신을 취재하러 몰려드는 취재진에 부담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고에 대해 금감원 직원들은 그가 검찰 기소에 따른 심리적 부담과 억울함 때문에 투신한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를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김 부원장보가 금품수수 혐의를 부인하긴 했지만 조사에 대한 괴로움 등을 표출한 적이 없다"며 "기소 후 두 번 정도 재판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도 "김 부원장보는 변호인 입회하에 한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으며, 기소 이후 행정적인 문제로 한 번 더 부른 적이 있다"며 "강압수사는 절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6년 9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금감원 검사 때 편의를 제공해주는 등의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골프 접대 등 향응과 백화점 상품권, 현금 등 2천2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자신의 친구에게 3차례에 걸쳐 총 4억5000만원을 대출해주도록 삼화저축은행 측에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금품 수수와 향응 접대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사안으로, 미리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만 밝혀왔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선 그가 조심스럽고 꼼꼼한 성격이기 때문에 직접 뇌물을 요구하진 않았을 것이란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사의를 표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채 이후 관련업무에서 배제됐다.
한국은행 출신인 김 부원장보는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서울·경기·인천지역 저축은행 검사를 담당했고, 지난해 9월 저축은행 등의 감독업무를 총괄하는 부원장보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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