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주광일 前검사장, 美변호사 최고령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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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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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고위직을 지낸 60대 후반의 전직 검사장이 미국 워싱턴 D.C 변호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화제다.

김대중 정부 당시 서울고검장으로 검찰에서 물러났고 국민고충처리위원장(현 국민권익위원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은퇴한 주광일(68) 세종대 석좌교수가 지난 2월 워싱턴 D.C 변호사시험에 응시, 최근 합격통보를 받고 오는 8일 워싱턴 DC 항소법원에서 선서를 앞두고 있다.

대학을 다니는 막내 아들뻘 또래들과 이틀에 걸쳐서 시험을 같이 치른 주 전 검사장은 이번 시험 합격자중 최고령이기도 하다. 주 전 검사장은 1965년 사법시험 5회 합격때는 만 22세의 최연소로 임관했었다.

주 전 검사장은 3일 기자와 만나 “불혹(40세)이라는 나이를 넘어서면 대체로 도전 의식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상의 나이가 들어서도 공부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미국 변호사 시험 응시 배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D.C 변호사 자격을 바탕으로 미국서 활동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면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미국 변호사 시험에 도전하려는 학생들뿐 아니라 주경야독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 D.C를 비롯, 미국의 50개주(州) 변호사 시험을 한번 보겠다는 이들을 위한 각종 정보를 담은 한 인터넷 사이트의 회원이 1만명에 이를 정도로 미국 변호사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주 전 검사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내 로비나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변호사들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성을 갖추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한국인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난 7월 국내 법률시장도 개방되는 등 글로벌 시대에 국적있는 변호 활동을 위해서라도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갖춘 이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워싱턴 D.C 변호사 시험은 미국내 로스쿨에서 26학점 이상 이수 요건을 갖춰야 시험을 치를 수 있는데다, 주관식 문제가 많아 다른 주 변호사 시험보다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시험에서도 응시자중 합격률이 48%에 불과했다.

주 전 검사장은 지난 1974년 국무부 초청으로 조지타운대와 조지워싱턴대에서 공부했고, 검찰 재직시절 영어실력이 뛰어나 1978년 이른바 ‘코리아게이트’라 불린 박동선 사건때 한국을 방문한 법무부 차관보가 이끈 미국 검찰의 조사때 한국 측 통역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시드니 셀던의 소설을 영어로 모두 다 읽을 정도로 영어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주 전 검사장은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시절 세계옴부즈맨협회(IOI) 등 국제회의 참석때 통역없이 외교 활동도 펼쳤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2006년 환갑을 넘은 나이에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는 등 만학열을 불태웠고, 경희대, 한림국제대학원과 사이버 대학인 MD 커크 로스쿨에서 법학을 가르쳐왔다.

이미 1979년 서울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했던 주 전 검사장은 “책읽고 배우고 공부하는 것은 끝이 없는 길”이라며 “공직을 통해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10년은 더 후배들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게 소박한 꿈”이라고 말했다.

특별수사통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 수사때 검시를 직접 맡으며 검사로서 유일하게 수사에 참여한 주 전 검사장은 검사 시절 원칙과 소신,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해 후배들로부터 ‘주독’(朱毒)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었다.

주 전 검사장은 “검찰을 떠날 때 그 별명은 검찰 후배들에 물려줬고, 주독이 아니라 ‘주덕’(朱德)으로 기억되도록 남은 인생을 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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