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통계청에 따르면 명목가격 기준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1분기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비주류음료와 식사비 등 먹는 데 쓴 비용이 59만585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역대 1분기 최고 수치로, 7개월째 4%이상 고공행진 중인 장바구니 물가로 인해 서민가계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항목별로 쌀, 육류, 채소, 과일, 과자, 커피, 주스 등이 포함된 식료품ㆍ비주류음료가 32만2930원으로 1분기 사상 처음으로 30만 원대를 돌파했다.
일반식당, 배달 음식, 커피숍, 패스트푸드 등 바깥에서 음식을 사먹는 데 든 비용인 식사비는 26만7655원으로 지난해 1분기 27만440원 다음으로 높았다.
하지만 가격 변동 요인을 제거한 실질 소비지출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질가격 기준으로 식료품ㆍ비주류음료와 식사비 등 1분기 식생활비용은 47만3136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1분기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이중 식료품ㆍ비주류음료가 24만6495원으로 역대 1분기 가운데 최저였고, 식사비는 22만6641원으로 역대 3번째로 낮았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식생활에 든 비용은 늘었으나, 실제로 구매해서 먹은 양은 줄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식료품ㆍ비주류음료 중 육류를 사는 데 든 비용이 이번 1분기에 명목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는데, 실질 기준으로는 7.0%나 하락했다. 즉 육류 구매에 쓴 돈은 지난해 1분기와 엇비슷했지만 실제 가구당 소비량은 큰 폭으로 준 셈이다.
긴 장마와 기습 폭우 등 이상기후로 가격이 급등한 채소류를 보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1분기 채소 및 채소가공품에 지출한 비용은 명목 기준으로 17.4%나 급등했으나, 실질 기준으로는 오히려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기에 식료품 가격이 많이 올라 명목상 지출비용이 늘었지만 실제 가계에서 구입한 양은 줄었다”며 “예를 들어 돼지고기 가격이 50% 급등해 3번 살 것으로 2번으로 줄였다면, 명목상 돼지고기 구입비용은 같지만 양으로 따지면 3분의 1이 준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가계소비 지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지난 폭우로 인한 농산물 생산 감소로 평소보다 10여일 앞당겨진 추석물가도 심상찮다. 뿐만 아니라 외식비는 한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가격 하방경직성’이 강해 소비자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