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안현태 전 경호실장 [사진 = 1996년 징역 선고 당시 방송 캡처]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국가보훈처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냈던 안현태 씨를 국립묘지에 안장하기로 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국가보훈처는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 심의위원들의 찬반 의사를 서면으로 받아 안 씨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을 확정했다. 심의위원 15명 중 9명이 찬반 의사를 보내왔는데 이 중 8명이 찬성 의견을, 1명이 반대 의견을 보내왔다. 찬반 의사를 보내지 않은 심의위원 6명 중 민간위원 3명은 심의위를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보훈처에 전달했다.
보훈처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 심의위원회가 서류심사를 통해 안씨를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심의·의결했다"며 "안 씨는 1996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등)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사면법에 따라 잔형 집행면제를 받아 1998년 복권됐다"고 밝혔다.
이어 "1964년 베트남에 파병돼 국위를 선양했고 1968년 1·21사태 때 무장공비를 사살해 화랑무공훈장을 받았으며, 대통령경호실장을 지내는 등 국가 안보에 기여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4일 "안씨의 안장 여부를 심사하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 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3일 전자우편을 통해 '안씨에 대한 3차 심의를 서면으로 대체하기로 했으니 5일 오후 1시까지 회신해 달라'고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족 측에서 안 씨의 49재인 13일 이전까지 안장 여부를 결정해 달라 요청해, 보훈처 차장이 서면심의를 결정한 데에 따른 것이다.
지난 6월 25일 지병으로 숨진 안 씨는 육군사관학교(17기)를 졸업한 하나회 출신으로, 육군 소장으로 예편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는 준장 이상 장관급(將官級) 장교다. 그렇지만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기에 심의위의 심의를 거쳐야만 안장될 수 있다. 그동안 심의위는 사기죄로 징역형을 받거나 상습도박, 무고죄 등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국가유공자는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제5공화국 출신 인사의 국립묘지 안장은 유학성 전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유 전 의원은 12·12쿠데타와 관련해 군형법상 반란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 확정 판결 2주 전에 사망해 대법원이 공소를 기각했다.
보훈처의 이번 결정에 대해 5·18 관련 단체들과 민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5·18기념재단과 관련 단체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과거사 청산 노력을 부정하는 반역사적인 행위"라며 "이번 결정은 5공 부활의 서곡이자 역사를 31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단체들은 이번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취소 소송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6명도 공동성명을 내고 "군사쿠데타의 정당화이며 민주화운동에 대한 모독"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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