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디플레이션이 엔고 충격을 누그러뜨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앙은행인 BOJ의 연구통계국 소속원 4명이 공동 작성해 일본은행의 리뷰에 앞서 게재한 보고서에 이 같은 분석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 |
달러화 대비 명목(붉은색)-실질(푸른색) 엔화 가치 추이(2005년=100, 위로 갈 수록 엔화 가치 상승/출처:WSJ) |
WSJ는 또 이런 엔화의 명목가치와 실질가치 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이는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할 것임을 깨닫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의 계산은 54개국 소비자 물가와 42개 통화를 토대로 나온 것으로 실질실효환율이란 물가 영향을 제외했을 때 그나라 통화가치가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에 비해 평균적으로 얼마나 절상돼 있는가를 나타내는 통계적 환율수치다.
보고서는 일본을 제외한 세계 나머지 지역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어온 반면 일본은 지난 20년의 대부분을 가격 하락 혹은 정체를 경험해왔다면서 그 결과 공장 설비와 노동력 및 원자재 등의 핵심 제조 비용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WSJ는 내년 3월 말까지의 현 회계연도에 달러에 대한 엔 가치가 10% 뛰면 일본 기업의 세전 수익이 평균 18% 감소한다고 노무라 증권이 분석했음을 상기시키면서도 소비자 물가의 하락 추세를 감안할 경우 엔고에 따른 적자 악몽을 떨칠 수 있다는 것이 실질실효환율론자들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모리타 교헤이 바클레이스캐피털 도쿄 지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널에 "일본 수출 기업의 실적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질실효환율"이라면서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제대로 계산되려면 시차가 불가피하며 이 때문에 "그 영향이 (즉각)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질실효환율로 계산하면 (일본 수출 기업의 실질 수익은) 훨씬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WSJ는 바클레이스가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수출 지향 기업의 수익을 분석한 결과 달러에 대해 엔 가치가 뛸 때 이들의 운영 수익은 실질적으로 상승했지만 엔저 때는 이익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왜냐하면 이들 기업이 엔 가치 하락 때 비용절감 노력을 등한시하는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저널에 "디플레이션 장기화로 일본의 국제 가격 경쟁력이 실질적으로 개선됐다"면서 따라서 "지금의 엔 가치로도 일본 수출기업이 (가격에서 실질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전날 NHK방송에 나와 "(엔고의)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를 걱정하면서 계속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또다시) 대담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일본 당국이 지난 3월 대지진 후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주요 7개국(G7)과 공조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후 지난 4일에도 단독 개입했음을 상기시켰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3월17일 기록한 2차대전 후 최저치인 76.25엔에 근접한 76엔 후반대를 맴돌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