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집중호우 등으로 농작물 침수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농민들은 현행법상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2만5978ha의 농작물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실시된 피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피해복구 지원 계획을 세워 시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현행 법령으로 인해 집중호우 등으로 농사를 망쳐도 정부로부터 피해복구 지원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날 기자와 만난 A(47, 남자)씨는 피해 상황과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강서구 개화동 하천구역 2000평, 10동의 하우스에 상추 등을 재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서울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올해 농사를 모두 망쳐 5000만원 정도의 손실을 입었다.
A씨는 “현재 소득이 없어 이웃들에게 몇 만원씩 빌려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달 말 다시 농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A씨는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소득소실분을 보전받기는 커녕 종자와 농약 값도 보전받지 못한다.
정부는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농민들이 입은 소득손실은 보전해 주지 않을 방침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집중호우 피해 농가에 대해 농업재개비와 긴급생계비 등은 지원하겠지만, 소득손실분은 보전해 주지 않을 것”이라며 “소득손실분을 보전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농가의 도덕적 해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씨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농사를 다시 시작하는 데 필요한 농약과 종자를 사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것뿐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농작물이 침수되고 쓰러지거나 과일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농약살포가 필요한 경우 농약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금액을 전액 지원할 방침이다. 농경지가 유실·매몰·침수돼 종자를 다시 심거나 뿌려야 할 경우에는 종자와 비료 구입 금액 50%를 지원한다. 나머지 30%는 융자, 20%는 자부담으로 충당된다.
하지만 A씨는 정부로부터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서는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다.
그 이유는 A씨가 하우스 농사를 짓는 땅이 바로 하천구역으로 지정된 땅이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시로부터 하천구역을 임대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며 “임대료는 1년에 평당 2000원씩 납부했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딱한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현행 법령에 따라 하천구역에서 농사를 짓다 자연재해를 당하면 정부로부터 사실상 일체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B씨(53, 남자)도 강서구 개화동의 서울시 소유 하천구역 1500평을 임대받아 10동의 하우스에 원예작물 남천을 재배하고 있었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모두 망쳤다.
5동의 하우스에서 대파를 재배하던 C씨(49, 남자)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역시 하천구역이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못 받게 됐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사연은 안타깝지만 현행 법령에 따르면 하천구역에서 농사를 짓는 경우 자연재해를 당해도 지원을 못 받는다”며 “하천구역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농사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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