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적이냐 동지냐'… 삼성·LG도 '비상'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세계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전격 인수함으로써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개방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만큼 아직 속단은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회사는 OS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어 구글-모토로라와의 경쟁에 비상이 걸렸다.

구글이 독자적으로 스마트폰을 제조하게 되면 안드로이드 OS를 지금처럼 개방할지에 대해서도 안심하지 못기 때문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먼저 안드로이드의 새로운 운영체제를 선보이거나 향후 안드로이드를 유료화할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OS를 업그레이드할 때 몇 개월만 늦어도 시장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더욱이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에 힘을 실으며 개방정책을 접고 애플처럼 폐쇄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할 경우, 삼성과 LG 등 안드로이드 계열 제조사들의 타격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모토로라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먼저 제공받아 신제품 개발에 나서면 삼성과 LG로서는 애플 못지않은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

실제 애플은 iOS라는 자체 OS와 함께 1억대 이상 누적 판매한 아이폰을 제조하면서 시장을 공략해왔기 때문에 구글도 같은 형태로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구글은 그동안 OS 제조사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등 많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였지만 구글이 직접 휴대폰 제조에 뛰어들 경우 협력사들을 일순에 경쟁사로 돌려버릴 가능성도 높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마이클 가텐버그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로 모토로라모빌리티가 다른 경쟁사들보다 빨리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 등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하고 있는 경쟁사들이 신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텐버그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가장 악몽 같은 시나리오”라면서 “구글이 파트너가 아니라 경쟁자로 변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런 경우에 대비해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 ‘바다’를 개발했지만 현재 시장점유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능 상황이다.

특히 OS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LG전자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

일각에서는 모토로라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함으로써 특허 소송으로 수세에 몰린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계열 제조사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글로벌 무선시장의 전통적 리더로 평가받는 모토로라는 무선통신과 관련해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인수로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로부터 약 1만7000건에 달하는 특허를 넘겨받게 됐다.

구글의 최고경영자 래리 페이지는 이번 합병을 통해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의 위협으로부터 안드로이드를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방을 강조하는 구글의 기업철학과 검색광고를 통해 수익을 늘리려는 경영전략을 고려하면 구글이 애플과 같은 폐쇄적 사업구조를 택할 가능성은 낮다" 며 "휴대전화 제조사업에 뛰어든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얼마나 엄격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