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3년 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체력을 회복한 국내 은행들은 다시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예대율 규제와 지급준비율 인상 등으로 영업여건이 악화된 데다 중국 금융당국의 견제로 점포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중국이라는 '엘도라도(El Dorado)'를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아니면 경쟁에서 도태돼 좁은 국내 금융시장에 다시 갇히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예금 부족해 대출 줄이는 악순환 ‘우려’
중국 금융당국이 제시한 예대율 규제 시한이 올 연말로 다가왔다. 국내 은행을 비롯해 모든 외국계 은행들은 연말까지 전체 예수금 대비 여신 비율을 75%로 맞춰야 한다.
예수금 잔액이 1000억원이라면 대출 규모를 750억원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은행들은 예대율 한도를 맞추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90%대 예대율을 기록했던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6월 말 현재 77.0%와 75.4% 수준으로 낮췄다. 신한은행은 이미 예대율 한도를 충족하고 있다.
앞으로가 문제다. 예대율 규제가 유지되는 한 예금을 최대한 많이 끌어모아야 대출 확대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다.
현재 중국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3.50%, 대출금리는 6.56% 수준이다. 앉아서 3.06%의 예대마진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중국 현지 점포수는 총 64개에 불과하다.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의 점포수는 2만개가 넘는다.
영업망이 열악하니 수신잔액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인환 하나은행 중국법인장은 "예대율 규제는 자산규모가 적은 외국계 은행의 자금운용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며 "이에 따른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물가안정 및 유동성 회수를 위해 지급준비율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초부터 12차례에 걸쳐 지급준비율을 14.0%에서 19.5%로 인상했다. 같은 기간 예금금리는 2.50%에서 3.50%로 올랐지만 지급준비금에 적용되는 금리는 1.62%로 고정돼 있다.
중국 현지 은행들은 예수금 잔액이 크기 때문에 지급준비금을 많이 적립해도 예금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이익 증대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예수금 중 19.5%를 중앙은행에 적립하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다.
성국제 신한은행 중국법인장은 "시중금리와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 격차가 커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우량채권 매입, 할인어음 확대 등 자금운용 수단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원화-위안화 직접거래 확대에 기대
국내 은행 중국법인의 경우 기업금융 고객 대부분이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따라서 현지 기업고객 유치가 중국 공략의 성패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은행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현지화 비율을 높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중국법인 내 부서장 12명 중 6명, 분·지행장 13명 중 6명을 중국인으로 선임했다. 또 모든 문서 작성과 회의를 중국어로 진행한다.
김인환 법인장은 "현지 사정에 밝은 직원들을 채용해야 중국 기업 및 개인 고객과의 스킨십을 강화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전체 대출고객 중 중국인 비중이 60%에 육박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기업금융 담당 전문인력(RM)을 중국인으로 채용하고 있다. 중국의 기업환경에 대한 이해가 높고 현지 기업의 금융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인재를 영업현장에 배치하겠다는 의도다.
국내 은행들은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등 글로벌 은행보다 중국 내 인지도가 크게 낮지만 믿는 구석도 분명히 있다.
향후 위안화와 원화의 직접거래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위안화 국제화 정책과 최근 수년새 미국 및 유럽의 경제위기로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면서 이 같은 기대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오충환 기업은행 중국법인장은 "한국과 중국의 무역결제 주요 통화로 위안화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위안화 결제비중이 높아질수록 국내 은행의 중국 내 수익구조가 탄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