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산 원유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2%에도 못 미치지만 유황 성분이 적어 수요가 큰 만큼 국제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리비아 석유에 접근하기 위한 다툼은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특히 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소속 서방국들은 반군 편에서 승리를 지원해온 만큼 리비아 내 석유 생산에서 우세한 자리를 확인받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외무장관 프란코 프래티니는 "앞으로 이탈리아 석유회사 에니가 리비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미 에니는 리비아 동부지역에서 석유 생산 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에니뿐 아니라 영국의 BP, 프랑스의 토탈, 스페인의 렙솔YPF, 오스트리아의 OMV 등 기존 리비아에서 원유를 생산해 왔던 석유 회사들도 내전 종식 후 다시 원유 생산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나 중국 업체들은 아직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내전 중 반군을 적극 지원했던 서구 유럽과 달리 이들 국가는 반군 지원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반군 측 석유회사인 아고코(Agoco)의 압델잘릴 마유프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서방국들과는 문제가 없지만, 러시아·중국·브라질과는 정치적 이슈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내전 기간 반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을 뚜렷이 차별대우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리비아 반군과 외교적 화해를 모색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리비아 인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리비아 재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할 용의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하루 6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리비아가 생산량을 내전 발생 전 수준인 하루 150만배럴로 끌어올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쟁으로 석유 생산 시설의 상당수가 파괴된데다 내전이 종식돼도 불안한 정치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서 혁명과 전쟁을 겪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가 사태 후 석유를 정상 생산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음을 지적하며 리비아도 이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FT는 리비아의 원유 생산 정상화에 빠르면 수개월, 늦으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로렌스 이글 국제에너지기구(IEA) 전 고위 임원 겸 JP모건 석유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비록 트리폴리가 반군에 의해 장악되긴 했지만 2차 이라크전이 보여줬듯이 평화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켜지는지가 빠른 생산 재개에 중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석유 컨설팅업체 우드매켄지는 보고서를 통해 "리비아가 내전 이전 수준으로 석유를 생산하는 데 약 3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세페 리치 엔리 회장은 최근 "리비아의 석유 수출량이 정상 수준으로 복귀되려면 1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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