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디스는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배경으로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정부 부채가 급증하면서 재정적자가 급격히 불어난 것을 문제삼았다. 또 최근 5년 사이에 총리의 재임기간이 평균 1년도 안 되는 등 극심한 정치적 불안이 재정을 더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이로 인한 원전사고도 악재로 꼽았다.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2002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무디스는 2009년 5월 일본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올렸다가 이번에 다시 환원시켰다. WSJ는 "이번 등급 조정은 일본의 정치지도층에게 재정건전성 회복에 대한 새로운 압력을 불어넣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도 지난 4월과 5월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둔 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조치에 일본 정부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등 애써 태연한 척하는 분위기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24일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국가의 재정상태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재정건전화는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개 민간기업의 신용등급 부여에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도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엔고 저지를 위해 10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창설한다고 밝혔을 뿐 무디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엔화값 급등세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년간 한시적으로 10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만들어 기업의 인수·합병(M&A), 자원 및 에너지의 확보와 개발,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의 국채 입찰이 순조롭고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일본 국채의 신인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전날에 비해 1.07% 하락한 8639.61을 기록했다. 그러나 외환 및 채권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엔·달러 환율은 76엔대 중반을 맴돌았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1.00%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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