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동부 울란우데 시 외곽에서 이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하고 실질적 대화를 했다”며 북한이 자국을 거쳐 남한까지 이어지는 천연가스 수송관을 지지함으로써 수송관 건설에 합의할 수도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도 "북한이 조건 없이 6자 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됐으며 대량파괴무기(WMD) 실험을 잠정 중단(모라토리엄)할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하고 실질적 대화를 했다”며 북한이 자국을 거쳐 남한까지 이어지는 천연가스 수송관을 지지함으로써 수송관 건설에 합의할 수도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는 북한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면서 “핵물질 생산 및 핵실험의 잠정중단(모라토리엄) 역시 ‘회담에서(in the course of the talks)’ 논의할 준비가 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이를 비핵화 사전조치로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국자도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 실험의 잠정 중단을 사전조치의 일환이 아닌 협상 대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올해 3월 러시아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거론됐던 내용이다. 결국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 정도로는 한ㆍ미ㆍ일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면서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비핵화 사전조치의 핵심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에 대해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경제외교 계속되나
두 정상은 6자회담 등 북핵 문제와 북한-러시아 간 경제협력 문제가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의 경제지원 외교 행보가 어디까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2530만 달러 규모의 북러 교역 문제와 한국을 포함한 3국 간의 경제협력 문제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관 연결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등 대규모 경협프로젝트들도 정상회담에서 다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예민하게 지켜봤다.
양국 정상의 합의내용에 따라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정세흐름과 동북아 경제협력 구도 전반이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검토하기 위한 3자 위원회 발족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가스 협력 분야에서 성과가 있었다. 특히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특별 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해 남-북-러 경제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현실적으로 투자 여력이 있는 남한이 빠진 상태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스관이 남한에까지 연결되는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북-러 구간 연결에도 일부 진척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당국자는 “북러가 원론적 수준의 합의를 하면서 남측에 공을 떠넘기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러 간 경협 프로젝트는 북핵 논의와 필연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은 "새로울게 없다"는 반응이다.
아직 회담의 정확한 내용이 파악되지 않은 만큼 북한의 공식 발표와 러시아 정부의 디브리핑(사후 설명)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 당국자는 “러시아로부터 조만간 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도 아직 회담 결과에 대해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 최종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 러-북 정상회담장 ‘소스노비 보르'
정상회담을 가진 '소스노비 보르(소나무 숲)'는 울란우데 동남쪽 외곽에 위치한 군부대 주둔지다.
울란우데 시내에서 동남쪽으로 약 20km 정도 떨어진 거대한 소나무 숲 속에 군부대가 들어서 있다. 20m씩이나 자란 수많은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빽빽이 들어찬 숲 한가운데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이렇게 불린다.
1990년대 초반 보리스 옐친 전(前) 러시아 대통령이 휴식을 위해 즐겨 찾던 곳으로 최근엔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국방장관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수행해 이곳에 주둔한 공수여단을 치하하기 위해 자주 방문했다.
◆김정일 귀국 행로는
김 위원장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끝난 뒤 곧바로 귀국길에 오르며 중국을 통해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철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극동의 하바롭스크나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울란우데에서 곧바로 몽골횡단철도(TMGR)와 중국횡단철도(TCR)를 이용하거나, 울란우데에서 동쪽으로 좀 더 이동해 자바이칼스크주(州) 카림스캬역을 거쳐 만주횡단철도(TMR)를 거쳐 중국을 통해 귀국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아직 철도 역 주변 경비 강화 등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될 수 있는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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