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주식을 빌려서 파는 대차거래 잔고가 올해 들어 32% 이상 증가하면서 25조원을 넘어섰다.
포스코와 삼성전자가 각각 3조8000억원·1조3000억원 이상으로 대차거래액 상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가 전체 대차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이다.
대차거래는 주가하락에 배팅하는 것이다. 주식을 빌릴 당시 가격으로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갚는 식으로 차액을 얻을 수 있다.
지수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대차거래도 늘어난 것으로 결국 갚기 위해 되사야 하는 만큼 수급상 장점도 있다는 설명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대차거래 잔고는 올해 들어 전일까지 19조469억원에서 25조1827억원으로 32.21% 증가했다.
대차거래 잔고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재매수하지 않은 액수다. 이를 청산하려면 매도한 수량만큼 다시 사야 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대차거래가 늘어나는 데 비해 청산에 따른 잠재 매입 수요도 커져 주가 하락을 막는 역할도 기대될 수 있다.
대차거래 잔고가 3000억원 이상인 상장사는 모두 22개사로 집계됐다.
1위는 포스코로 3조8694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1조3684억원보다 182.77%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위로 같은 기간 1조7588억원에서 1조8312억원으로 4.12% 늘었다.
3위 OCI는 252.17% 증가한 980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5418억원에서 8403억원으로 55.09% 증가했다.
현대모비스는 42.30% 늘어난 5282억원이었다.
대우인터내셔널(4673억원) 셀트리온(3946억원) 신한지주(3745억원) LG화학(3714억원) 두산인프라코어(3582억원) KB금융(3567억원) 6개사는 3500억~4600억원선으로 집계됐다.
오리온(3381억원) SK이노베이션(3355억원) 한화케미칼(3348억원) 호남석유(3327억원) NHN(3298억원) 롯데쇼핑(3277억원) 기아차(3226억원) 7개사는 3200억~3300억원선이었다.
대차거래 잔고가 줄어든 상장사는 4개사다. 하이닉스는 1조6087억원에서 4674억원으로 70.95% 감소했다. LG전자는 58.92% 줄어든 4727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기와 NHN은 각각 46.62%와 44.85% 줄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차거래가 갑자기 늘어난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며 "공매도로 쓰이는 게 대부분인 만큼 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세력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주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도 있다"며 "주가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주식을 꾸준히 빌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수급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유 연구원은 "하락 배팅이 늘었으나 재매수(숏커버) 자금도 기대되는 만큼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대차거래는 공매도뿐 아니라 차익거래나 비중조절을 위해서도 늘어난다"며 "연중에는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다가 연말에 전체적으로 청산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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