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태풍과 집중호우로 농수산물과 과실류 등 제수용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가위 물가에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게다가 다음달 1일 발표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도 4%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더해지면서, 올 하반기 인플레 기대심리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8월 물가전망에 대해 "여전히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농수산물 관련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아닐 수 없다"며 물가잡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사실 정부가 물가상승에 대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한정적이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방법은 수급물량 조절이다. 정부는 29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15개 추석 성수품의 가격동향과 수급실태를 특별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15개 특별관리대상 추석 성수품은 배추, 무, 사과, 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명태, 조기, 고등어, 오징어, 갈치, 밤, 대추 등이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농협과 수협, 농수산물유통공사, 농촌경제연구원 관측센터, 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등과 추석 성수품 공급대책 합동상황실을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과일과 채소류를 중심으로 물가상승세가 확산돼 있는 상태라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채소류 가격은 전월보다 21.5% 상승했다. 이는 1985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문제는 이 수치에 지난달 말에 쏟아졌던 폭우 피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수도권 일대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해 과실 및 채소류 피해가 컸다"며 "오는 8월 물가 역시 지난달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추석물가 잡기에 실패할 경우, 8월 4%대 상승률에 이어 9월 물가상승분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인플레 기대심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추석 물가 안정에 정부가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올 하반기 들어 정부는 물가목표치를 4%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7월까지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3%인데, 4%대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3.44%대를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1~2인 가구 증가 추세를 반영해 사과·배·고등어 등 농수산물 조사규격을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규격으로 현실화하는 등 물가통계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또 할당관세 적용품목에 대한 수입추천제도도 대폭 개선하는 등 구조적인 대책도 내놓았지만, 이는 중·장기적인 방안으로 당장 추석물가를 잡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30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추석을 맞아 민생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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