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국내에만 1170여개에 이르는 최대 규모의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국내 소매금융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려온 탓에 해외진출에 대한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윤대 회장이 취임한 후 상황이 바뀌고 있다.
어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금융 전문가다.
한국 금융산업의 국제화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높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국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윌리엄 데일리 JP모간 부회장과 장젠칭 중국 공상은행 회장, 프란시스코 곤잘레스 스페인 BBVA CEO,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회장 등 국제 금융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글로벌 CEO들과 잇따라 면담을 진행하면서 KB금융의 발전 전략을 세웠다.
어 회장은 KB금융을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키우기 위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인력과 경험, 정보 등에서 글로벌 은행보다 경쟁 열위에 있는 만큼 해외진출 초기에는 중국 등 이머징마켓 공략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 이머징마켓 발판 삼아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
KB금융은 현재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이머징마켓을 해외진출 대상 국가로 고려하고 있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사무소와 지점, 현지법인 설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현지 시장 정보를 충분히 숙지한 후에는 지분투자와 합작법인 설립, 인수합병(M&A)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어 회장은 “국내 금융회사는 글로벌 은행보다 국제화가 많이 뒤쳐져 있다”며 “이 같은 격차를 단시일 내 극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금융시장에 직접 진출해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은 KB금융의 해외진출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은 중국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중국 현지법인이 없는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내년 중국 현지법인 설립을 목표로 중국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지 영업상황 및 여건을 고려해 중국 내 지점 추가 개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지법인 설립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중국에서 운영 중인 지점은 광저우, 쑤저우, 하얼빈 등 3곳이다. 이들 지점을 총괄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해 중국 내 영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민은행은 지난 6월 베트남 호치민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영업을 개시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개점식 축사를 통해 “호치민지점 개점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베트남 금융시장에 국민은행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며 “베트남 내 한국 기업 및 교민은 물론 현지인을 위해 최고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민은행은 하노이에 사무소를 추가 개설하고 향후 사업성이 높은 지역에 지점을 설립해 장기적으로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세운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연내 인도 뭄바이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일본에 오사카지점을 추가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소매금융 경쟁력 해외서도 발휘
KB금융은 국내 최고의 소매금융 영업력을 자랑한다. 해외시장 진출도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 회장은 “KB금융의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 리스크관리 역량 등을 앞세워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소매금융 위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5월 설립된 KB캄보디아은행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국 기업 및 교민을 대상으로 예금, 대출, 외국환 등의 영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영업 대상을 현지 기업 및 개인고객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경우 광저우지점이 지난해 12월 위안화 영업 허가를 취득했으며 올해 4월부터 위안화 영업을 개시했다.
베트남에서도 선진 정보기술(IT) 및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활용해 소매금융 영업 확대에 주력키로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는 소매금융 경쟁력이 입증됐다”며 “그동안 쌓은 소매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머징마켓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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