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물류체계 구축이 향후 그룹 경쟁력을 판가름 짓는 잣대라는 점에서 이들 기업이 물류전문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있는 것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 법정관리 신청 이후 선박 운항 및 관리, 영업 등을 담당하는 육상지원 근무자 110명 가운데 20명이 퇴직했다.
이들은 퇴직 후 주로 삼성·현대차·LG·포스코·CJ그룹 등 대기업 물류관련 부서의 경력직 사원으로 채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별로는 CJ계열의 택배사인 CJ GLS으로 이직한 인원인 5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그룹에는 물류사인 현대글로비스 3명, 현대제철 1명 등 총 4명의 대한해운 퇴직자가 있다.
다음으로는 LG 3명(전자·화학·상사 각 1명), 삼성SDS 1명, 포스코 2명 등의 순서였다. 나머지 퇴직자 4명은 선박금융에 종사하거나, 다른 해운사로 자리를 옮겼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이들 퇴직자는 모두 회사 회생안에 따라 정리해고 된 인원이 아니라 스스로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다”고 설명한 뒤 “새로 둥지를 튼 회사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부분 물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한해운 퇴직자들이 성공적으로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기업들의 물류산업 진출을 꼽을 수 있다.
제조업 중심의 국내 대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자사 제조업의 특성을 고려한 물류 서비스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룹 전체의 IT신경망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SDS가 또 하나의 신경망인 물류 사업에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현대글로비스 고위 관계자는 “국내 해운물류업체 중에서는 자동차 운반선을 보유하고 있는 거의 없다”며 “기존 업체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물류 시장 진출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물류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점도 대기업들의 진출 이유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 국제물류산업 선진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 세계 물동량의 7%를 차지했으나, 국내 물류기업이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점유하는 비율은 2.4%4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국내 물류 기업이 2008년 한 해에 물동량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가질 수 있는 약 16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물류시장을 상실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재 국내 물류기업들은 규모, 서비스 범위, 국제화, 서비스 질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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