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적 장롱 카드는 업계의 무분별한 경쟁으로 6개월 새 166만장이나 늘었다.
5일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무실적 신용카드는 3천295만장으로 지난해 말의 3천129만장에 비해 166만장 증가했다.
무실적 신용카드는 과거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휴면 카드다. 경제활동인구 1명당 신용카드를 4.8장 정도 갖고 있다 보니, 실제로 1~2장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장롱이나 서랍 속에 먼지 낀 채로 들어 있는 게 대부분이다.
문제는 무실적 신용카드가 감독 당국의 방치 속에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무실적 신용카드는 2008년 말 2천572만장에서 2009년 말 3천62만장으로 3천만장을 넘어서더니 작년 말 3천129만장, 올해 3월 말 3천217만장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말에는 3천500만장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총 카드 수 1억2천231만장 가운데 사용 실적이 있는 카드가 8천936만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발급 카드 중 25%가 장롱 신용카드인 셈이다.
카드사의 과다 발급으로 장롱 신용카드가 급증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외환카드, 하나SK카드 등 카드사 대부분이 1만~3만원의 카드 연회비를 부과하는데, 소비자가 해지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장롱 신용카드에도 연회비를 물리기 때문이다.
장롱 신용카드 3천295만장 중 절반에만 연간 1만원씩 연회비가 적용돼도, 카드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무려 1천500억원이 넘는 돈을 챙기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일 뿐이라면서 발급받은 카드를 관리하는 것은 전적으로 고객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구 등의 권유로 카드를 발급받았다가 쓰지 않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억울하게 연회비를 내는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소비자단체들의 주장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발급받고서 1년 동안 전혀 사용을 하지 않다가 해지 신청을 하면 연회비를 받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본인이 해지 신청을 안 하면 사용액이 없더라도 매년 연회비가 부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의 관계자는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은행계 카드사들이 연회비를 받지 않고 발급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어 문제가 커졌었다”면서 “이후 감독당국이 신규 카드발급 시 무조건 연회비를 받으라고 한 상태라 우리로선 규정대로 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카드를 쓰지 않겠다고 가위로 자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러면 연회비는 계속 통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서 “먼저 카드사에 해지 신청을 한 뒤에 소각 처분 등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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