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공포 재엄습…일본식 장기불황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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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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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만기 獨 국채 수익률 2% 밑돌아 사상 최저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유럽 재정위기 공포가 또다시 시장을 집어삼켰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노동절 연휴로 휴장한 가운데 유럽증시는 4~5% 폭락했고, 채권시장에서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재정위기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다.

그 사이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면서 1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 2% 밑으로 곤두박질치자, 일각에서는 서구권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0년 만기 이탈리아(왼쪽)-독일 국채 수익률 추이(출처: FT)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16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 떨어진 1.85%를 기록했다. 반면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5.56%로 27bp 급등했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이 임박했다는 우려는 1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사상 최고인 82.1%까지 끌어올렸다.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 수익률도 14bp 오른 5.26%를 기록했다.

시장이 요동친 것은 악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전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재정위기 속에 정치적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총파업 예고가 날아들었다. 이런 가운데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재정위기가 취약한 은행들을 몰락시키는 등 은행권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커만의 경고는 금융주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도이체방크·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각각 12%, 9%, 8% 폭락했다.

오는 11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직에 오르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의 중단 가능성을 시사해 우려를 더했다. 앞서 ECB는 이탈리아가 재정개혁안을 계획대로 밀어붙인다는 전제 아래 채권시장에 개입해 이탈리아 국채를 사들였다. ECB가 지난주 사들인 유로존 국채는 133억 유로 어치로 전 주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다.

하지만 드라기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한 연설을 통해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일시적인 것이며, 회원국들은 이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CB는 오는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이탈리아에 대한 채권 매입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다.

FT는 이날 1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 2% 아래로 떨어진 데 주목하고, 서구권에서 일본식 장기 불황이 재현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앞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지난 주말 1950년 이후 같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1997년 2% 아래로 처진뒤 단 몇주를 제외하고 줄곧 같은 수준을 맴돌고 있다. 이후 일본 경제는 저성장을 거듭했고, 증시 수익률도 형편 없었다.

사이먼 볼러드 로열뱅크오브캐나다 채권 투자전략가는 "유로존과 거시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하면 수개월 이후에는 어쩌면 2%의 수익률이 매우 매력적인 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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