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세론과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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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0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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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경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서울시 학생 무상급식 주민투표 25.7%의 투표율이 오세훈 시장 사퇴로 번지자 곽노현 후보단일화 뇌물사건이 터지고, 곧이어 안철수 변수의 등장. 어설픈 음모가들이 시나리오라고 할만한 이슈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25.7%의 어퍼컷 한방에 휘청하다 겨우 잽 한번 날렸는데, 다시 니킥을 한 방 맞은 형국이다. 민주당은 가소로운 25.7%에 미소지으며 오세훈 사퇴로 희희낙락 잔치판을 벌이다가 갑자기 천막이 주저앉고 뺨까지 얻어맞은 형국이다.

여와 야가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돌맹이질에 허둥지둥대며 요동치고 있다. 이 요동은 겉으로만 치는 요동질이 아니다. 오장육부 깊은 데서 꿀렁대는 요동질로서 극심한 급체, 토사곽란에 해당한다.

이 정도 사태 흐름에 둔감한 이는 아무래도 이 나라의 정치인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의 한 소장의원은 "당을 바탕부터 갈아 엎고 제2의 창당을 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들은 진즉 형님 그룹과 전혀 따로 놀고 있다. 여당 의원이 아니라 진보좌파 그룹처럼 청와대에 딴죽도 걸고 심지어 사찰도 당했다. 그래도 부릅뜬 눈, 지구는 돈다를 외치며 투표로써 당 지도부에 올랐다. 대한민국 정치판에 이런 종류의 요동은 없었다.

엄혹한 70년대 목숨 건 항명은 즉시 진압됐고, 여당 고위 당직자도 중정 요원들에게 끌려가 따귀맞고 각서 쓰고 정치생명을 위협당했다. 민주화의 시대라는 80년대 최고지도부의 독주를 견제하던 야당의 중진의원은 측근들의 견제와 감시로 당직을 빼앗겼다. 세계화 시대라는 90년대에도 '대선 자금'을 건드린 여권 실세들은 어김없이 당직을 박탈당하고 정치낭인 신세로 전락했다. 2000년대, 권위주의가 사라진 그 시대에도 대통령 탄핵파들은 선거에서 줄줄이 낙마하여 쓰디쓴 세월을 보내고 만다.

그로써 끝. 더 이상의 요동질은 없었다.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의 요동은 뭔가 다르다. 정국의 주도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정체 불명의 요동. 바로 그것이다. 여당이 어디를 향하는지, 야당이 무엇을 비판하는지 오리무중이다. 여당이 콩쥐인지, 야당이 팥쥐인지 정체성마저 헷갈린다. 황태자는 왜 바람이 났는지, 황후의 복심은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시중엔 "아마 당사자들도 잘 모를 거야"라고 입방아를 찧는다.

지향없는 이야기, 목표의식과 표대가 분명치 않은 선문답, 인기에 영합하거나 자폭성 발언, 편끼리 헐뜯기가 정치권의 트렌드가 됐다. 속내도 서로 모르고, 전략도 분명치 않다. 조변석개하며 조삼모사한 발언들 투성이다.

예측을 못하는 앞날엔 두려움의 안개가 깔리게 마련이다. 두려움의 안개는 흔히 맹목을 낳거나 폭력을 부른다. 맹목과 폭력의 상징과 아이콘은 조작되게 마련인데, 요즘 정국 운영자들은 그런 상징조작의 힘마저 없는 것 같다.

결국 대중들이 알아서 스스로 그 아이콘들을 만들어 냈다. SNS와 인터넷커뮤니티에서 뭉개뭉개 피어오르던 그 인물 안철수다. 병리학자에서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로, 다시 융합학문의 제창자이자 청년 창업 캠페이너이며 청춘의 아이콘으로 불쑥불쑥 솟아온 사람이다. A4용지 한 장에 제목만 적어서 조근조근 강연하는 사람, 경험한 이야기를 엮어서 과장과 수사없이 차분이 풀어 내는 사람, 그 강연에 감동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최고로 치는 사람. 그 이름 안철수. 그는 하루아침에 등장하여 대세가 되었다. 빈틈을 노린 게 아니라 쓰나미처럼 안보이다 보이니, 이미 대세였던 것이다.

기성 정치권이 갈팡질팡을 넘어 참담한 암흑 속을 헤매는 이때, '마징가제트'처럼 불쑥 솟아 오른 그. 그에게 거는 기대가 지금 정치권에 거대한 낭만과 화려한 희망가가 되고 있다.

나는 지금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있는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 시민 25.7%에 대해 생각해본다. 서울시 유권자 25.7%는 오세훈의 사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아이들의 미래만을 염려하여 남우새스러울지 떳떳할지 따지지 않고, 질지 이길지도 계산하지 않은 채 투표장을 향했었다. 나는 25.7%의 순수한 의지를 믿는 편이다. 이런 순수한 의지들이 안철수 대세론의 물결 중 한 조류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25.7%와 안철수 대세론의 함수 관계'를 그래서 화두로 던지고 싶다. 안철수가 상상의 현실화이듯, 내가 던지는 화두 역시 현실로 화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믿는다. 원컨 원치 않건 패러다임도 세대도 과거라는 물결에 쓸려 내려가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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