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좌담회> “감세, 다음 정권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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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0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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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8일 추석 맞이 특별 방송좌담회에서 ‘MB노믹스’의 구심점이었던 감세정책이 유예된 것과 관련, 차기 정권에서라도 감세가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물가고(高)와 관련해서는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는 물가”라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와 한국은행의 공식 전망치인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그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우려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생발전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등 경제부문에 대한 언급에 좌담회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대기업 이익 많으니 감세 2∼3년 유예해도 돼”이 대통령은 이번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대·중소기업의 상생 기조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정책은 적시에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대
기업이 이익이 많이 났으니까 (법인세율 인하를) 2∼3년 유예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며 “정부 정책은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대·중소기업 모두 상생하자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1년 세법개정안에서 법인세의 경우 과세표준 2억원 초과 구간을 500억원을 기준으로 나눠 ‘2억∼500억원’에 대해선 예정대로 세율을 20%로 내리되, 500억원 초과에 대해선 22%의 세율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 공생발전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대기업에 주로 적용되는 과표 500억원 이상 법인세 최고세율(22%)은 현행을 유지하되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과표 2억원 이상의 중간구간(20%)을 신설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나라당은 중소기업에 감세의 혜택이 집중적으로 돌아가도록 과세표준 2억원 초과구간을 100억원을 기준으로 나누자고 주장하고 있어 국회에서 추가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또 “다음 정권에 누가 와도 감세를 해서 외국과 경쟁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감세하는 게 맞다”고 거듭 밝혔다.

당정청 협의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감세 계획을 접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감세를 재추진할 여건이 되면 차기 정권에서라도 꼭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앞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013년 균형재정 달성 이후 원래 기조대로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해서도 감세를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라며 감세의 재추진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목표와 관련해서는 “돈을 펑펑 쓰고 인기도 얻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바로 아들딸 세대에 큰 부담이 된다”며 “오늘 내가 쓰는 정책이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감세를 유예하고 균형재정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동전의 앞뒤와 같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균형재정 달성에는 세입을 증대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10∼2014 국가재정운용계획’상 2013년에 관리대상수지는 6조2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는데, 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이를 흑자로 전환하려면 세입을 늘릴 수밖에 없는 만큼 감세정책은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조차 감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부는 결국 추가감세 계획을 철회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법인세 중간세율 구간 신설과 소득세 최고세율 현행유지로 각각 2조4천억원과 6천억원의 세수가 더 걷히는 효과가 예상된다.

◇“물가 올해 4% 넘을듯‥정책·물가 우선순위”이 대통령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해 정부나 한국은행의 공식 전망치와 차이를 보였다.

그는 “솔직히 물가를 제대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올해 1년은 (물가상승률이) 4%를 조금 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는 4.0%다.

이 대통령은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근심도 드러냈다. 그는 특히 고추가격을 특정해 “이미 계절이 지나 흉작이 됐다”며 “가을 김장철이 되면 수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중 풋고추 가격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보다 무려 54.3% 올라 전체 평균의 10배가 넘었다. 또 생산자물가 가운데 건고추와 풋고추 가격은 각각 50.8%, 65.9% 올라 역시 전체 평균 6.5%의 약 10배에 달했다.

이 대통령이 올해 물가상승률이 4.0%를 넘을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정부와 한은이 공식 전망치를 수정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미 김중수 한은 총재는 같은 날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으로 물가상승률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총재는 “1∼8월 평균 물가상승률이 평균 4.5%에 달해 올해 4% 달성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물가 수준 자체가 과거보다 높아져 있어 4% 목표를 달성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이 성장보다는 물가에 방점을 찍으면서 정부가 더욱 강력한 물가안정방안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성장에 치우쳐 물가에 소홀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에는 “정부 정책은 물가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못박았다.

◇“가계부채, 경계할 수준”이 대통령은 가계부채 문제가 아직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관리해야 할 수준에 와 있다고 판단했다.

가계부채는 급등세를 보이며 올해 2분기 현재 900조원에 바짝 다가선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다 언론이 연일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보도하면서 이날 가계부채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총 가계부채를 통계청 추계가구로 나누면 한 가구당 가계부채는 5천43만원에 달한다. 가구당 평균 연봉이 4천452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1년간 한 푼도 쓰지 않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장기적이고 유연한 접근을 강조하면서 범정부적 차원의 공감대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가계부채가 위험수치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이는 앞서 김중수 한은 총재가 같은 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상당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더 주목해야 할 점은 특정가계의 부채 비중이 과다하다는 점이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담보의 50%만 빌려주는 데 반해 다른 나라들은 평균 80%를 빌려준다”면서 “여러 면에서 아직은 조금 건강한 면이 있다고 보지만 경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이 대통령은 ‘공생발전’에 대한 지론도 거듭 피력했다.

그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 가야 한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시혜적으로 봐주는게 아니라 같이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기업들을 겨냥,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가야 한다”며 “대기업이 그런 시대변화에 자발적으로 나서서 달라”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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