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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의 매운맛을 빛을 이용해 5초만에 측정할 수 있는 ‘고춧가루 매운맛 측정기’ 앞에서 비파괴품질계측연구실 연구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이강진 연구실장, 강석원 박사, 김재규 기계장, 박종률 박사, 임종국 박사. |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센서를 활용해 농식품의 맛과 품질을 측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처리품질과 비파괴품질계측연구실의 이강진 연구실장을 비롯한 6명의 연구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농식품의 모양, 중량, 색깔, 맛, 내부성분, 결함 등을 자르거나 착즙하지 않고 하나하나를 계측·선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실에서는 과실에 존재하는 당이 빛(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의 특정 파장을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 사과 비파괴 당도판정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1998년)한 이후 복숭아, 감귤, 수박 등의 당도를 실시간 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이어 개발했다.
13일 이강진 연구실장은 "공산품과 달리 농산품은 기후, 토양, 생산기술, 노력 등에 따라 그 품질이 천차만별이어서 제품을 균일하게 생산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들이 구매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수확 이후 농산품의 맛을 비롯한 품질을 측정해 규격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개발 취지를 밝혔다.
이 시스템의 개발로 소비자들은 대형 마트 등에서 당도 선별이라는 표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장호원과 감곡에서 생산되는 황도 복숭아의 일본 수출길을 열 수 있었다. 현재 과실 비파괴 당도선별시스템은 국내 140여개소의 과실 산지유통센터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형상이 불균일해 품질의 측정이 어려웠던 포도와 딸기의 당도를 측정·선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또 농산물의 표면을 두드려 나는 소리를 이용해 내부에 결함이 있는 수박이나 표면에 금이 간 계란을 판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고가의 외국산 장치를 대체하고 국산 기계를 수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고추가루의 매운 정도를 화학적인 처리과정없이 빛을 이용해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고춧가루 매운맛 측정기’를 개발해 발표했다. 이 측정기는 고춧가루에 빛(가시광선ㆍ근적외선)을 비춰 일정 파장 영역에서 빛의 흡수 정도를 측정해 캡사이신 함량을 예측하고 함량에 따라 순한 맛에서부터 아주 매운 맛까지 미리 설정된 기준에 의해 매운맛을 등급화할 수 있다.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측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초 정도다. 측정오차는 ±10mg% 이하로 매우 정밀하다.
이 실장은 “사람의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과 같은 오감을 과학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첨단 농업기술을 개발해 앞으로 한국의 농업기술이 세계인의 식탁의 품질과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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