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당의 요구에 수세에 몰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당뿐만 아니라 우리도 서로 양보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복지재정 지출 증가에 따른 건전성 우려는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9일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대책으로 내놓은 저임금근로자의 사회보험료 부담 완화 등 민생살리기에 합의한 바 있다. 기초노령연금 지급액 확대는 계속 논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13일에는 당정이 청년·노인·여성 등 취약계층 일자리를 56만개로 확대하고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한 복지향상 등에 대한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재정지출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날 한나라당은 청년과 노인, 여성, 장애인 등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지원 일자리 예산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예산 9조원(54만명 대상)을 내년에는 9조4000억원(56만명 대상)으로 늘리고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청년 직업훈련을 확대, 영화 등 문화콘텐츠 사업과 해외창업 연계형 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졸자 취업을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 추진과 여성의 일·가사생활 양립 지원을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
정부는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를 줄여 내년 재정지출을 올해 309조원 보다 4.5%~6.1% 늘어난 약 323조~328조원 규모로 막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감세 철회로 내년에 약 1조원의 세수를 확보해 놨고, 올해 국토부 SOC예산을 작년 23조1000억원에 비해 2조원 가량 줄이면서 복지지출 증가분을 충당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저임금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으로 내년에만 700억원이 소요되며, 사업이 본궤도에 들어가면 연간 2300억원의 재정소요가 발생할 예정이다.
기초노령연급 수급 기준을 5%(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소득금액의 5%)에서 6%로 1%포인트 늘리면 연간 7000억원이 든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수급 대상을 축소한다는 방침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수급액 기준을 높이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당이 민생정책을 역사적인 정권교체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의지여서 재정지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하방 위험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언급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 후반대에서 4% 중반대로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내년 전망치 확정은 연말에 나오겠지만 하방위험을 면밀하게 분석해 이달 말 예산안에는 최대한 근접한 전망치를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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