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은행들에 대한 대출이 최근 급감하면서 역내 대형 은행들이 몰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CEO)도 전날 블룸버그 라디오에 나와 "유럽 은행위기가 임박했다"며 "유럽 은행들이 역내 재정위기를 집어 삼키기 전에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기관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단기 대출액은 지난달 3160억 달러로 전달에 비해 500억 달러(14%) 줄었다. 두 달 전에 비하면 무려 23% 급감했다.
프랑스 은행권이 조달한 자금이 특히 눈에 띄게 줄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문제삼아 조만간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아그리콜 등 프랑스 3대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 악재가 됐다. 무디스는 지난 6월 해당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3개월 안에 강등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프랑스 은행들이 조달한 단기 자금은 전달에 비해 390억 달러 준 1610억 달러에 불과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그리스에 대한 프랑스 은행들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은 567억 달러로 가장 많다.
위기에 내몰린 프랑스 은행들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는 전날 자사가 달러화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루머가 확산되자, 성명을 내고 외환스와프를 통해 평상시처럼 달러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유로화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날 칼럼에서 익명의 BNP파리바 임원의 말을 빌어 이 은행이 더 이상 달러화 자금을 조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시에테제네랄도 최근 낸 성명을 통해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지난 6월 말 720억 달러에 달했던 달러화 자금이 8월 중순 530억 달러로 줄었지만, 외환스와프와 달러화 부실자산 처분 등을 통해 감소분을 메울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크레디트아그리콜도 달러화 자금을 단기 조달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신용경색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유동성 우려 불식 노력에도 위기감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달 네덜란드 은행들의 단기 대출액도 전달에 비해 170억 달러 감소했고, 영국 은행권도 같은 기간 조달 자금이 150억 달러 줄었다. JP모건은 유로존 은행들이 3개월 이상의 장기 자금보다는 리스크가 적은 일주일짜리 단기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충격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 은행간 금리인 유리보 3개월물과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인 이오니아와의 차이(스프레드)는 최근 2009년 4월 이후 최대로 벌어져 은행권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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