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정전 잦아…허리케인 등에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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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1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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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초유의 전국적인 정전사태가 발생했지만 미국은 생각 외로 정전이 많은 나라다.

지난달 말 허리케인 아이린이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했을 때도 여지없이 정전이 발생, 동해안 남부 노스 캐롤라이나에서부터 북부 메인주에 이르기까지 약 400만 가구가 짧게는 몇시간, 길게는 1주일 이상 전력없이 생활해야 했다.

미 남서부지역에서는 혹서기 냉방 등으로 전력사용이 급증하면서 지역별로 정전사태가 빈발하고 있으며, 지난 8일에는 미국내 8대 도시인 샌디에이고를 중심으로 캘리포니아 남부와 애리조나, 멕시코를 잇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은 국토가 넓은 반면 한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는 많지 않기 때문에 대도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인구밀도도 높지 않다. 그러다보니 전력선도 대부분 지상에 노출돼 있다.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무성한 나무들이 바람에 쓰러지면서 전력선을 건드려 끊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따라서 세계 최강국의 면모에 걸맞지 않게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면 주민들은 가장 먼저 정전을 걱정해야 한다.

발전이나 전력공급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채 일체를 민간 회사에서 한다. 한국의 한국전력처럼 통합된 회사가 관리하지 않고 송전과 배전 등을 각 지역별로 별도의 회사가 맡아서 한다. 전력 관련 회사만 수백개에 이른다.

‘그리드’라는 노후한 시스템을 통해 미국 전역에 전력을 공급하며 여유가 있는 주에서 부족한 주로 전력을 보내주기도 한다.

정전시 책임소재도 분명치 않다. 지난 2003년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 등에 걸쳐 발상해 6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던 사상 최악의 정전사태 때도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책임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전력산업이 민영화된 이후 전력회사들 사이의 자율규제기구인 북미전력안정성위원회(NERC)가 전력 공급시스템의 안정성을 규제하고 있지만 권한이나 재정조달에 한계가 있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전력산업이 발전, 송전, 배전 부문으로 분리되고 각각의 설비를 몇 개 회사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경우도 많아 유사시 책임소재가 불분명진다.

따라서 정전 등 문제가 발생하면 주지사나 시장 등 선출직 지자체장이 빠른 복구를 독려하는 등 정치권에서 신경을 많이 쓴다.

전력회사들이 잘하도록 여러 규제들을 하기도 한다. 몇주전 메릴랜드의 전력회사 PEPCO에서 정전사고를 많이 내다보니 앞으로 정전시 하루에 몇만달러씩 이 회사에 벌금을 물린다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

정전의 원인은 한국처럼 수요량 예측을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주로 자연재해와 같은 물리적인 것이 많다.

허리케인 ‘아이린’ 때도 그리드 시스템 일부가 파괴되거나 지역별 발전소, 송전망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는 바람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뉴저지주 레이시 소재 오이스터크릭 원전을 비롯해 동부의 원전 2곳은 사고 예방을 위해 아예 가동을 멈췄고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캘버트클리프 원전에서는 강풍에 날려온 알루미늄 건축자재가 변압기를 강타해 가장 낮은 등급의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도 정전이 되면 크고 작은 추가 피해가 불가피하다.
인터넷이나 전화 등이 함께 두절되는 일도 많고 차고 문이 열리지 않아 출퇴근이 어렵게 되기도 한다.

남부 맨해튼 등 금융사 전산시스템은 가동 중단시 금융시장에 큰 파장이 있을 
수 있어 정전에 대비한 자체 발전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으나 온전한 수준은 아니다.

미국 남서부지역의 경우는 혹서기에 에어컨 등 냉방에 필요한 전력사용이 급증하면서 지역별로 정전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고려해 블록별, 시별로 고립된 형태로 정전이 발생하도록 조치를 취해 놓았으나 아직도 때때로 대규모 정전사태로 확대되기도 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주, 멕시코 바하 주 북부 지역일대에 8일 오후부터 하루동안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해 500만명이 넘는 인근 지역민들이 고통을 당했다.

특히 샌디에이고가 암흑 속에 갇히면서 수천명이 이용하는 통근열차가 멈춰섰으며 기온이 최고 46℃(화씨 115도)까지 치솟은 애리조나 요마와 멕시코 티후아나 등지에서는 냉장고와 에어컨 등이 작동하지 않아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암흑을 틈타 강도사건이 일부 발생하기도 했다. 또 인근지역의 오노프레 핵발전소 원자로 2곳이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남부지역과 샌디에이고 카운티를 비롯해 일부 지역의 각급 학교들과 샌디에이고 대학 등 주요 대학들은 다음날인 9일 하루 휴교했다.

캘리포니아 전력담당 관계자는 “이번 정전사태는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를 잇는 고압전선이 끊어지면서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에 전력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면서 “미 연방수사국(FBI) 등과 조사결과, 테러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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