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골프의 기본은 룰과 에티켓 아닙니까. 캐디나 부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숙지하고 나가야 예기치 않은 피해를 당하지 않습니다.”
최근 워터 해저드와 관련된 ‘사건’이 많았다. US여자오픈 챔피언 유소연(21·한화)이 한화금융클래식 때 해저드에서 샷을 하기 전에 ‘루스 임페디먼트’(풀잎)를 치워 벌타를 받았고, 클럽헤드를 볼 뒤에 갖다댄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란이 분분하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1위 닉 와트니(미국)는 2주전 도이체방크챔피언십 때 해저드에서 샷을 한 볼이 바위를 맞고 다시 해저드에 떨어지자 클럽헤드로 해저드 지면을 친 끝에 ‘한 홀 11타’를 기록했다.
두 선수와 경우는 다르지만, 워터 해저드로 인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이주은 송도 잭 니클라우스GC 헤드프로(34)다. 열 두 살때 미국으로 가 미국 주니어골프를 휩쓸던 그는 1996년 미국L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며 합격을 눈앞에 두었으나 17번홀(파3)에서 워터 해저드 규정때문에 실격을 당하고 말았다. 그 뒤 유럽여자투어에서 1년간 뛰기도 했으나 미LPGA투어 정규멤버가 되는 데 실패하고 2001년 이후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당시 그의 티샷은 ‘아일랜드 그린’ 앞에 맞고 뒤로 굴러 해저드에 들어갔다. 주위에 ‘드롭 존’이 없어서 1벌타를 받고 해저드 뒤편에 드롭한 후 샷을 했다. 그러나 나중에 보니 티잉그라운드 옆에 드롭 존이 있었고, 그는 규정된 장소를 벗어나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오소(誤所) 플레이’로 실격당했다. 유소연이나 와트니처럼 규칙을 위반했다기보다는 로컬룰을 잘 못 안데 따른 것이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해프닝만 아니었더라면 동갑내기 박세리보다 1년 먼저 미LPGA투어에 진출해 한국여자골프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었을 터이다. 어쨌든 그는 해저드 때문에 피해를 본 선수 가운데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볼이 워터 해저드쪽으로 날아가면 말뚝이나 선으로 표시된 경계선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볼이 선상이나 선 안에 멈췄으면 워터 해저드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해야지요. 클럽헤드를 지면에 대서는 안되고요, 유소연처럼 볼 옆에 나뒹구는 풀잎이나 돌멩이 등도 치우면 안되지요. 요즘엔 TV로 중계되므로 샷을 강행하든, 해저드 처리 절차를 따르든 의문이 들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합니다. 모호하게 처리하면 금세 어필이 들어오거나 페널티가 따르기 때문에 잘 모르면 경기위원에게 물어보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그는 미국 진출을 노리는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샷이나 스윙 연습 시간의 10분의 1만 규칙 공부에 투자해도 몰라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어야 한다. 미국에 가서도 지역사회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일을 생활화해야 롱런하는 선수가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미국 챔피언스투어 송도IBD챔피언십을 치르느라 눈코 뜰새없는 1주일을 보낸 그는 두 달전부터는 한 골프채널에서 국내 여자프로골프 2,3부투어 해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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