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사회에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지역자치단체 및 교육기관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문화예술과 관련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빈국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우수 인력자원을 양성하는데 문화예술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정서를 안정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는 의식주와 의료, 교육이 복지의 주된 핵심이었지만 앞으로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도 그와 더불어 복지의 범주 안에 속하게 될 전망이다.
즉 예술향유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향유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선진국들의 예를 살펴보면 예술이 주는 순기능과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하고 아트센터와 같은 국가적 인프라를 확장하는 한편 교육과 접목시켜 예술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게다가 예술의 효용성에 대해 일찍이 자각한 일부 글로벌 기업들도 메세나 등의 방식으로 예술계를 꾸준히 지원하며 명성을 축적했다.
18세기 시민혁명 이후 극장은 민주주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과 같은 순수예술은 일부 특권층만을 위한 예술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서민들은 쉽게 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점차 클래식인구는 감소추세에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음악회, 발레, 오페라, 연극 등 순수예술 공연을 학생과 서민계층이 향유할 수 있도록 주변 학교의 마켓데이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티켓을 제공함으로써 관객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사회적 상황은 다르지만 러시아도 마찬가지이다. 순수예술과 관련한 공연의 경우 학생에게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티켓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구성원을 배려하면서 시장도 관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예술의 유익함을 긍정적이면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지원과 예술행사를 주최하는 기획사들의 현명함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들 나라의 국민이 누리는 문화복지의 수준은 다른 나라보다 우수하다고 한다.
이들의 행보는 티켓가격에도 반영된다. 내년 2월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라가는 오페라 ‘아이다’의 티켓가격을 살펴보면 ‘Paretere’석의 가격은 470달러인 반면 ‘Family Circle’석은 30달러로 최고가와 최저가 좌석 가격차이가 무려 440달러에 이른다.
기업의 마케팅과 연계된 좌석이나 아티스트와의 특별한 공감을 공유하기를 원하는 일부 관람객들에게는 고가의 좌석을 판매하는 것이다. 즉 티켓가격을 책정할 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칙을 적용하는 셈이다. 일부 부유층이 고가의 티켓을 구입함으로써 서민층이나 학생계층의 좌석 값 중 일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티켓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은 다른 방법으로도 진행된다. 기업을 비롯한 개인 후원자들로부터 기부와 후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 이 자금을 아트센터나 예술단체의 운영재원으로 활용해 인건비나 경상비가 티켓가격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부자에게는 많이 서민에게는 적게’라는 세금을 책정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자신이 관람하는 티켓가격의 일부를 기업이나 부유한 계층에서 부담하는 것이 일반화 되면 계층 간에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소통도 원활해져 사회적 안정은 물론, 계층 간 갈등도 완화될 것이라 기대된다.
어느 나라이건 간에 의식주 및 의료, 교육은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재원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복지의 범주 안 포함시키고자 노력한다. 이미 선진국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방법으로 이미 예술향유도 복지의 범주 안에 포함시켰다.
우리도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예술향유도 복지로 다루어질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우리 청소년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국어, 영어, 수학, 역사 등 사회구성원으로 살아 나갈 기능과 덕목 위주의 교육이었다. 현재는 교육내용이 기능에 대한 커리큘럼이 고도화됨은 물론이거니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언어 및 문화예술과 관련한 과목들도 과거에 비해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활동영역이 지구라는 무대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로 우리사회가 변모하다보면 머지않아 예술향유와 관련한 문화복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대두될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예술분야도 새로운 화두에 대해 합리적인 해법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얼마 전 학생의 급식과 관련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많은 사회적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 시키고 원숙하게 해결하려면 우리 앞에 던져질 화두에 대한 답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