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수급력 약화는 국내 채권 가격을 더 비싸 보이게 하며 그와 맞물린 국내 기관들도 외국인들의 거래 동향에 동참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8일 한국은행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6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채권시장 규모는 1053조원이다. 지난 23일 기준 외국인의 채권 보유 잔액은 85조1049억원을 기록해 비중은 8.07%로 집계됐다. 외국인 보유 잔액은 올해에만 32조8600억원 증가했다.
올해에도 외국인은 비중이 적음에도 국내 채권시장을 뒤흔들었다. 지난 20일 국내 채권 시장 약세를 가져온 것은 태국계 자금 이탈설이었다. 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한국 채권시장에 투자한 채권 규모가 커 주목을 끈다. 태국이 투자한 한국 채권 규모는 10조7193억원 수준으로 미국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하지만 정작 이날 태국계 투자자들은 순매수를 보였다. 9월 들어 누적 동향도 순매수다.
지난 22일에는 글로벌 채권시장의 큰 손인 핌코가 한국 채권을 매도할 것이란 소문이,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 대규모 채권 매도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핌코가 보유한 한국 채권 물량은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고,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도 이를 부인했다.
이재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로 나타난 액수는 적지만 외국인 보유 채권은 주로 지표 채권으로서 시장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또 자금 특성상 대량으로 거래되는 경향이 있어 일회 거래량이 시장에 대해 충격을 크게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매는 다수의 투자자들의 매수 매도가 아니라 일부 투자자가 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여 채권가격을 움직이기 때문에 영향이 크다”며 “이들이 시장을 나가면 시장 전체적으로도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심리가 연쇄적으로 확산된다”고 진단했다.
외국인들의 거래 액수는 적지만 이와 맞물린 국내외 기관들의 거래가 많다는 점도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큰 이유다.
이재형 연구원은 “투자자 분류로는 외국인이 따로 떨어져 있지만 외국은행 지점들이랑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이 팔면 외국은행 지점들도 이에 동참할 수밖에 없어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가격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더 사기도 팔기도 어려웠던 국내 기관들이 외국인들의 거래에 동참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윤여삼 연구원은 “일부 기관들이 외국인들의 거래 동향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부분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었던 기관들이 이번 루머를 이용해 채권을 대량으로 매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