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자룡만을 위한 북소리 |
정딩현에서 조자룡은 삼국지 인물 중 그 누구보다도 추앙받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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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 사당 내 벽에는 조자룡 일화와 관련된 벽화들이 걸려있다. 유비의 아들 유선을 보호하고 있는 조자룡. |
이곳에는 조자룡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상산전고(常山戰鼓)’라는 특별한 민속공연이 전해내려 오고 있었다.
상산전고는 조자룡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 승전을 기념하고, 또 전장에서는 사기를 북돋고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져 유래된 전통 민속공연이다.
취재진이 조자룡 사당을 방문했을 당시,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상산전고 공연팀이 고맙게도 친히 찾아와 조자룡의 기운을 맛보게 해 주었다.
상산전고 전수자인 줘젠화(左建華)씨는 “조자룡은 전쟁 때 북을 쳐서 군의 사기를 북돋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며 “후대 사람들은 조자룡이 전쟁터에서 백전백승을 한 이유로 상산전고를 꼽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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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전고 전수자인 줘젠화(左建華)씨가 취재진에게 상산전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자룡이 상산전고로 기세를 북돋아 위나라 명장 사마의의 10만대군을 물리쳤다는 전설을 이야기 할 때는 그의 눈에서 빛이 나기도 했다.
그는 “상산전고는 2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정딩현에만 1만여 명의 회원이 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베이징 올림픽 문화공연 당시 상산전고를 전 세계인 앞에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매번 중국 각지에서 커다란 기념행사가 열릴 때마다 공연을 하기 때문에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며 그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상산전고는 2008년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 됐다. 줘젠화씨 아내도 상산전고의 계승자며 그의 아내는 아버지한테 계승했다고 하니 그들의 조자룡 사랑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실제로 정딩현에서 상산전고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어린 아이들은 4-5세 때 상산전고를 저절로 배운다고 한다. 줘젠화씨는 “딸이 셋 있는데 모두 상산전고를 가르쳤다”면서 “딸들을 임신했을 때 태교로 상산전고를 들려줄 정도”라고 말했다.
공연팀은 취재진을 위해 조자룡 사당 앞에서 특별히 상산전고 ‘맛보기 공연’을 선보인다 하니 기대가 됐다.
잠시 후 등장한 공연팀은 흡사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처럼 투구를 머리에, 비단끈을 허리춤에 차고 상체에는 금빛 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나 공연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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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라를 힘차게 치며 시작하는 상산전고 공연. |
북, 자바라(얇은 놋쇠로 된 두개의 원반), 작은 징, 방울 등 타악기가 한데 어울려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게 신명나는 우리나라의 농악과 비슷한 듯 했지만 또 달랐다.
어깨를 당당히 펴고 양 다리를 벌린 채 붉은 칠을 한 잉어 모양의 북채를 양 손에 들고 북면과 북 모서리를 치기도 하고 서로 부딪치기도 하는 등 자유자재로 북을 치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전장터에서 칼을 휘두르는, 소위 잘 나가는 장수마냥 매우 역동적이다.
그 소리가 천둥 치는 듯 웅장하게 울려 퍼져 대지가 진동할 듯 하다가 빗소리처럼 잔잔해지기도, 또 북소리가 가볍고 경쾌해지는 등 변화무쌍했다.
웅장한 북과 징 소리는 절묘한 박자와 변화무쌍한 리듬을 만들어 내 듣는 이의 가슴을 쥐어짜듯 조여오기도 했으며 어느 순간에는 경쾌한 가락에 가슴이 뻥 뚫리기도 했다.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어 같이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15~20분 되는 공연을 마치니 공연팀의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와 흘리는 땀방울에서 조자룡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희열, 존경심을 엿볼 수 있었다. 설령 맹인이 공연을 보지 않고 그 공연을 듣기만 했더라도 그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2000년 전부터 구두로 혹은 몸으로 전해 내려오던 이 숭고한 가락을 줘젠화씨의 아내가 처음으로 악보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공연을 마치고 땀에 젖은 채로 취재진에게 설명을 해가며 2000년의 역사가 담긴 악보를 손수 그려주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그 오랜 기간의 역사를 종이 한 장에 전해 받을 수 있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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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전고 전수자인 줘젠화(左建華)씨의 부인이 손수 그려준 악보. |
한 마디 한 마디 악보를 그리면서 입으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실제로 북을 두들기며 연주를 하는데 그 어떤 연주가보다 활기차고 즐거워 보이니 주변 구경꾼들도 흥이 나서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린다.
중국 전역에서 “정딩현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아 조자룡 고향?”이라는 반응을 보인다니 그들의 조자룡 사랑을 충분히 짐작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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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전고 공연을 마친 후 공연팀과 기념촬영을 한 취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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