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삼국지 기행4-허베이편> 4-2 정딩현 ‘조자룡만을 위한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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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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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만을 위한 북소리


 
(아주경제 배인선·김현철 기자) 정딩현에는 조자룡만을 위한 특별한 게 있다?
 
 정딩현에서 조자룡은 삼국지 인물 중 그 누구보다도 추앙받는 존재다.

 
 
조자룡 사당 내 벽에는 조자룡 일화와 관련된 벽화들이 걸려있다. 유비의 아들 유선을 보호하고 있는 조자룡.

 
 이곳에는 조자룡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상산전고(常山戰鼓)’라는 특별한 민속공연이 전해내려 오고 있었다.
 
 상산전고는 조자룡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 승전을 기념하고, 또 전장에서는 사기를 북돋고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져 유래된 전통 민속공연이다.
 
 취재진이 조자룡 사당을 방문했을 당시,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상산전고 공연팀이 고맙게도 친히 찾아와 조자룡의 기운을 맛보게 해 주었다.
 
 상산전고 전수자인 줘젠화(左建華)씨는 “조자룡은 전쟁 때 북을 쳐서 군의 사기를 북돋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며 “후대 사람들은 조자룡이 전쟁터에서 백전백승을 한 이유로 상산전고를 꼽는다”고 설명했다.
 
 
상산전고 전수자인 줘젠화(左建華)씨가 취재진에게 상산전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자룡이 상산전고로 기세를 북돋아 위나라 명장 사마의의 10만대군을 물리쳤다는 전설을 이야기 할 때는 그의 눈에서 빛이 나기도 했다.
 
 그는 “상산전고는 2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정딩현에만 1만여 명의 회원이 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베이징 올림픽 문화공연 당시 상산전고를 전 세계인 앞에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매번 중국 각지에서 커다란 기념행사가 열릴 때마다 공연을 하기 때문에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며 그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상산전고는 2008년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 됐다. 줘젠화씨 아내도 상산전고의 계승자며 그의 아내는 아버지한테 계승했다고 하니 그들의 조자룡 사랑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실제로 정딩현에서 상산전고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어린 아이들은 4-5세 때 상산전고를 저절로 배운다고 한다. 줘젠화씨는 “딸이 셋 있는데 모두 상산전고를 가르쳤다”면서 “딸들을 임신했을 때 태교로 상산전고를 들려줄 정도”라고 말했다.
 
 공연팀은 취재진을 위해 조자룡 사당 앞에서 특별히 상산전고 ‘맛보기 공연’을 선보인다 하니 기대가 됐다.
 
 잠시 후 등장한 공연팀은 흡사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처럼 투구를 머리에, 비단끈을 허리춤에 차고 상체에는 금빛 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나 공연을 시작한다.
 
 
자바라를 힘차게 치며 시작하는 상산전고 공연.

 
 북, 자바라(얇은 놋쇠로 된 두개의 원반), 작은 징, 방울 등 타악기가 한데 어울려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게 신명나는 우리나라의 농악과 비슷한 듯 했지만 또 달랐다.
 
 어깨를 당당히 펴고 양 다리를 벌린 채 붉은 칠을 한 잉어 모양의 북채를 양 손에 들고 북면과 북 모서리를 치기도 하고 서로 부딪치기도 하는 등 자유자재로 북을 치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전장터에서 칼을 휘두르는, 소위 잘 나가는 장수마냥 매우 역동적이다.
 
 그 소리가 천둥 치는 듯 웅장하게 울려 퍼져 대지가 진동할 듯 하다가 빗소리처럼 잔잔해지기도, 또 북소리가 가볍고 경쾌해지는 등 변화무쌍했다.
 
 


 
 웅장한 북과 징 소리는 절묘한 박자와 변화무쌍한 리듬을 만들어 내 듣는 이의 가슴을 쥐어짜듯 조여오기도 했으며 어느 순간에는 경쾌한 가락에 가슴이 뻥 뚫리기도 했다.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어 같이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15~20분 되는 공연을 마치니 공연팀의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와 흘리는 땀방울에서 조자룡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희열, 존경심을 엿볼 수 있었다. 설령 맹인이 공연을 보지 않고 그 공연을 듣기만 했더라도 그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2000년 전부터 구두로 혹은 몸으로 전해 내려오던 이 숭고한 가락을 줘젠화씨의 아내가 처음으로 악보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공연을 마치고 땀에 젖은 채로 취재진에게 설명을 해가며 2000년의 역사가 담긴 악보를 손수 그려주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그 오랜 기간의 역사를 종이 한 장에 전해 받을 수 있게 된 것.
 
 
상산전고 전수자인 줘젠화(左建華)씨의 부인이 손수 그려준 악보.

 
 한 마디 한 마디 악보를 그리면서 입으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실제로 북을 두들기며 연주를 하는데 그 어떤 연주가보다 활기차고 즐거워 보이니 주변 구경꾼들도 흥이 나서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린다.
 
 중국 전역에서 “정딩현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아 조자룡 고향?”이라는 반응을 보인다니 그들의 조자룡 사랑을 충분히 짐작할 만 하다.
 
 
상산전고 공연을 마친 후 공연팀과 기념촬영을 한 취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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