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관행이 그래왔습니다.”
잠시 장내가 술렁거렸다. 국회의원들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지나치게 솔직한 답변에 기자들은 헛웃음을 웃었다.
지난 27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가 열렸다. 손 회장은 이날 비어있는 금융통화위원 1석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했다.
금통위원은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하면 나머지 위원들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 대한상의에서 각각 추천하게 돼 있는데 대한상의는 아직까지 추천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자리가 공석이 된 지 1년 5개월째다.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린다는 손 회장의 말은 결국 정부가 이제껏 입맞에 맞는 금통위원을 앉히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금통위의 주요 업무는 통화신용정책 결정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물가의 향방도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면 통화정책은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움직이고 한은의 독립성도 훼손된다.
재정부가 금통위에 열석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 정부의 '외압'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금통위원 6명으로 운영돼 온 지난 1년여 동안 기준금리는 다섯차례 올랐지만 ‘인상 시기를 놓쳐 물가 안정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관행’은 그것이 합리적인가에 따라 정당성이 결정된다. 한은법에 따르면 민간기관이 추천한 금통위원을 정부가 임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원칙을 무시한 관행은 과연 정당한 걸까. 금통위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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