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의 상승과 함께 신용경색 위기로 곤두박질치던 프랑스의 은행주들도 반등했다. 유로존 구제금융펀드인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EFSF가 수개월 안에 유로존 은행권에 자본을 투입하고 국채를 사들이면서 역내 위기를 진정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난제도 아직 첩첩하다. 특히 그리스에 대한 2차 지원과 관련한 민간 채권단의 채권 상각 분담 규모나 유로존 각국 의회의 EFSF 확대 승인 여부가 위기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민간 채권단 부담 확대 수용 관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그리스의 상황이 2차 지원 합의가 이뤄진 두 달 전에 비해 더 악화됐다며, 1090억 유로로 정한 2차 구제액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럽 고위 관료들 사이에 이미 재협상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원액 규모가 늘어나면 민간 채권자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FT에 따르면 유로존 17개 회원국 중 독일과 네덜란드 등을 필두로 하는 최대 7개 회원국은 민간 채권단의 상각 분담 규모 확대를 그리스 추가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의 국가부도를 막으려면 민간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 사태를 진전시킬 민간 채권단의 손실 부담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리스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 때문에 간접적 손실을 봤는데 직접적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유럽중앙은행(ECB)도 협상이 재개돼 민간 채권단을 더 압박할 경우 채권 투매로 이어져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FT는 설명했다.
◇EFSF 확대 이견 여전히 '난제'
EFSF 확대 여부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슬로베니아 의회가 이날 EFSF의 대출 여력 확대를 승인하면서 EFSF 확대에 찬성한 유로존 국가는 9곳으로 늘었지만, 문제는 EFSF 분담금 출자액이 가장 많아 실질적인 열쇠를 가지고 있는 독일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EFSF 기금 증액에 성공하면 국제통화기금(IMF)처럼 예비자금 성격의 신용 제공도 가능해지고 유로존 국가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사들일 수 있어 재정 위기 감염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날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베를린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EFSF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어리석은 것"이라며 "EFSF를 확대하면 '트리플A(AAA)'신용등급을 가진 국가들이 등급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EFSF 확대가 유로존 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29일로 예정된 독일 의회의 EFSF 확대 표결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정치권의 비판 속에 선뜻 찬성표를 던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은 국가들의 행보도 순탄치 않다. 독일보다 하루 앞서 EFSF 확대를 놓고 의회 표결을 갖는 핀란드 역시 담보 요구가 수용돼야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EFSF 증액안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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