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 추진력 잃고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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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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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이명박 정부가 올해를 '일할 수 있는 마지막 해'로 규정했지만, 뚝심있게 펼쳐온 각종 산업정책이 표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초유의 정전 사태를 겪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사퇴가 후임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보류되긴 했지만, 강력하게 밀어붙여온 '대안주유소'와 '동반성장' 정책의 추동력이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

임기내 자주개발률 20% 달성을 목표로 추진해 온 에너지원 확보계획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상처투성이 사업들로 전락했다. 최대 치적으로 평가되던 UAE 원전확보 등도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예전만큼 활발한 논의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의 여파로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왔던 무역환경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 '대안주유소·동반성장' 주도권 상실 = 실물총괄부처인 지경부가 장관 교체예고에 따른 패닉상태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경부는 최 장관이 지난 27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일단 1차적인 수습이 이뤄지긴 했지만, 정전 사태 관계자 문책인사가 잇따르면서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에너지 분야 책임자들이 이번 정전 사태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만약 문책 범위가 넓어질 경우 기름값 안정 대책 등 이들이 맡고 있는 주요 대책들이 추진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실무진의 잘못에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돼 안타깝다"며 "장관이 소신껏 추진해 온 정책들이 이번 사태로 빛을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름값 안정 대책은 최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1순위 과제로 최근 실시한 주유소 실태 조사를 토대로 가격 거품을 뺀 알뜰 주유소 모델 보급 등 구체적인 대책들을 조만간 내놓는다는 계획이었다.

경기부진 우려로 국제유가가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서울지역 등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0원을 호가하는 등 오름세가 여전해 이른바 '최중경 주유소'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었다.

더구나 알뜰형주유소로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받게 되는 일선 자영주유소들이 정부를 상대로 단체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장 부재가 몰고올 후유증은 상당할 전망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물가고로 서민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당국이 이번에도 석유가격 안정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정책불신의 골만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과제도 첩첩산중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최근 중소기업적합업종 16개 품목을 1차로 선정해 발표했지만, 정부와 위원회간 이를 둘러싼 인식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행시기와 예산확보도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 '에너지외교·무역환경' 갈수록 악화 = MB 정부 최대의 치적으로 포장돼 온 에너지·자원외교는 상처투성이로 전락하고 있다.

임기내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20%까지 높이겠다며 해외유전개발을 추진해 온 결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들의 부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재정위기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수출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2일 지경부와 산업연구원(KIET)이 공동조사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3·4분기 수출현황 BSI(95)는 당초 전망(107)했던 것보다 12포인트나 추락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호전'을 반대의 경우에는 '악화'를 의미한다.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경기 부진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4분기에도 제조업 수출은 호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이같은 상황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8월 무역수지는 8억 달러로 1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신고수리일 기준, 수출 260억1500만 달러·수입 302억2100만 달러)는 42억600만 달러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4분기 BSI(104)가 호전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여전히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경부 관계자는 "29일 최중경 장관 주재로 민관합동으로 실물경제 동향점검 간담회를 열었다"면서 "이를 시작으로 실물경제 동향점검 TF를 수시로 운영해 무역, 투자, 생산, 내수 등 경제 전반을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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