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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주 우크라이나 대사 |
19세기 이래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었던 우크라이나는 전통적 농업 강국이다. 1991년 구소련의 해체로 독립한 이래 침체됐던 농업 생산이 서서히 증가하면서 유럽의 곡창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올해는 5000만톤이 넘는 곡물 수확량의 절반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세계 제3위의 옥수수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비옥한 흑토와 온화한 기후라는 천혜의 영농 조건에 불구하고 주요 곡물의 단위 면적당 농업생산성은 서유럽의 50% 수준이다. 낙후된 종묘기술, 첨단 저장시설의 부족, 전국적 유통시장의 부재, 식품가공 산업의 후진성 등 영농기반이 열악하다. 체제 전환기 과정에서 해외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선진 영농기법 도입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서방 농업전문가들은 우수한 종묘기술만 보급되어도 단기간내에 농업 생산성이 서유럽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고, 최빈국의 식량부족사태를 완화해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로부터 주요 곡물을 다량 수입하고 있고 농업분야 진출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구촌의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신흥 농업국들과의 맞춤형 농업협력이 시급하다. 우크라이나도 곡물 메이저의 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한국과의 농업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과 농업협력을 희망하는 데는 우리의 선진 영농기술과 식품가공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 우크라이나와의 농업 협력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에 대한 농업 진출은 우리의 곡물자급률을 높일 것이다. 세계 3위의 곡물수입국인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7%에 불과하다.날로 심화되고 있는 세계 곡물수급의 불안정은 우리의 수입식량 가격의 상승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물가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이어진다.
둘째, 우리 농업인의 해외진출에 도움을 줄 것이다. 최근 자원 및 에너지 분야에서의 해외 투자는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반면, 해외 농업 진출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정이다. 최근 식량수입국으로 전환되고 있는 중국도 우크라이나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영농조건이 양호한 우크라이나에는 한국 보다 큰 농지가 휴경지로 남아 있어 우리 농업인들에게 신세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농업 분야에서의 협력은 내년도 수교 20주년을 맞이하는 양국간 상호보완적 동반자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4600만명의 두터운 소비층을 보유한 우크라이나는 양자 교역만 올해 20억불로 예상되는 중동구에서 주요 수출시장의 하나이다. 우리 기업들은 우크라이나의 가전제품 및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고속전동차와 신재생에너지, 첨단 IT 기술 등 우크라이나 국책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비교우위에 있는 우크라이나 농업에 대한 진출이 실현되면 양국간 포괄적인 경제협력 기반이 구축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에 거주하고 있는 3만여명에 달하는 고려인의 안정적 체류에도 한 몫 할 것이다. 고려인의 반 이상이 구소련 해체 이후 경제적 이유로 우크라이나로 이주했으나 상당수가 영주권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설립한 농장에서 이들이 안정적 일자리를 찾게 되면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해외농업 진출을 위해 무엇보다도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2007년부터 우리 농업대표단이 여러 차례에 걸쳐 우사해 왔다. 올초부터 우리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진출을 본격 추진하고 있어 오랜 기다림 끝에 구체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김황식 국무총리가 우크라이나를 공식 방문 중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차원의 협력도 강화될 것이다. 유럽의 빵 바구니인 우크라이나와의 상생하는 농업협력이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곡물자급률을 제고하고 나아가 국내 물가안정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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