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고액 연봉과 적은 위험부담에다 대규모 대출 수요가 있는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대출을 늘리는 반면에 서민대출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전문직 대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의료업계의 경영난과 경쟁 심화 등으로 의학대학생과 전문의에 대한 대출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 변호사나 회계사 및 세무사 등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이 변호사와 판ㆍ검사, 사법연수생 및 로스쿨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판매 중인 '로이어클럽' 대출 잔액은 9월말 현재 173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75억원에 비하면 현저한 증가세다. 올해 4월(1684억원)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들에게는 무보증에 최대 3억원까지 대출된다.
또한 공인회계사와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 및 개업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하나 프로페셔널론' 역시 무보증에 최대 2억원의 한도가 제공된다. 9월말 현재 잔액은 3861억원으로 전년 동기(2927억원) 대비 900억원 이상 늘었으며 3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전문가 클럽(S-CLUB)’은 판ㆍ검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항공사 기장, 4년제 대학 교수 등 6개 분야의 전문직에 한해 연소득 200% 범위 내에서 최고 3억원까지 대출해준다.
9월말 현재 대출 잔액은 70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708억원)보다 1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 8월 7061억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올해 들어서만 8개월 연속 늘었다.
국민은행의 'KB로이어론'과 '에이스(Ace) 전문직 무보증대출'도 각각 전년 동기대비 24억원과 33억원씩 증가했다.
이와 달리 의료 전문직군을 대상으로 한 우리은행의 '우리 메디클럽(MEDI-CLUB)’은 9월말 현재 3699억원의 대출 잔액을 기록 중이며 올해 1월(4852억원)부터 9개월째 줄어들고 있다.
하나은행의 ‘닥터클럽’ 대출 잔액도 2조878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194억원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닥터론’은 4125억원으로 올해 6월(4336억원)부터 4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는 다른 은행과 다르게 'Tops 전문직 우대론'이 전년 동기대비 128억원 줄어든 반면에 '닥터론'은 1655억원 늘어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소 병원들이 경영난에 폐업하는 사례가 늘며 연체율이 높아져 은행으로서는 닥터론을 기피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그밖의 전문직종은 여전히 리스크가 낮고 장차 미래 우수 고객으로 바뀔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출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인사는 "의대생이나 로스쿨 재학생 등 사회에 입문하지 않은 학생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문제점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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