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이변은 또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선두와 10타 차이를 극복하고 우승한 양용은(39·KB금융그룹)은 올해는 오히려 최종일 더 간격을 벌리며 대회 2연패를 이루지 못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미국LPGA투어 ‘LPGA하나은행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에서도 우승컵은 외국선수가 차지했다. 3년연속 우승을 노린 최나연(24·SK텔레콤)의 도전은 세계랭킹 1위 청야니(22·대만)의 벽에 막혔다. 한국선수들의 ‘투어통산 100승’ 달성도 미뤄졌다.
9일 천안 우정힐스CC(파71). ‘코오롱 제54회 한국오픈‘(총상금 10억원)을 보려고 갤러리들이 몰렸다. 챔피언조에는 지난해 우승자 양용은을 비롯 세계랭킹 36위 리키 파울러(23·미국), ‘신인’ 김민휘(19·신한금융그룹)가 편성됐고, 그 바로 앞에는 세계랭킹 3위이자 US오픈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22·북아일랜드)가 플레이했다.
관심은 양용은-파울러의 대결에 쏠렸다. 파울러는 3라운드에서 코스 레코드 타이인 63타를 치며 양용은에게 4타차로 앞섰다. 지난해 3라운드 선두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에게 10타 뒤지다가 대역전 우승을 한 양용은이 아니던가. 4타는 큰 차이가 아닐 성싶었다. 그러나 2009년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노리는 파울러의 상승세는 이날도 멈추지 않았다. 10번홀까지 버디 4개를 잡고 2위권과의 간격을 10타 안팎으로 벌리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12번홀(파4)에서 다섯 번째 버디가 나오자 “승부 끝났네”라는 소리가 들렸다.
파울러는 4라운드합계 16언더파 268타(67·70·63·68)로 한국에서 첫 승을 거뒀다.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에서 외국 선수가 우승하기는 2007년 비제이 싱 이후 4년만이다.
매킬로이는 합계 10언더파 274타(68·69·73·64)로 2위를 기록하며 메이저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김민휘가 7언더파 277타로 3위, 양용은이 5언더파 279타(67·70·67·75)로 4위, 노승열이 3언더파 281타로 5위를 각각 차지했다.
인천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에서는 최나연과 청야니의 우승다툼이 전개됐다. 2009년의 ‘재판’이었다. 2년 전 두 선수는 선두다툼을 벌이다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은 최나연이 우승컵을 안았다. 최나연은 지난해에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두 선수는 2라운드까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최종 3라운드 들어서 청야니가 먼저 기세를 올렸다. 전반에만 버디 3개를 잡고 최나연에게 3타 앞선 것. 싱거운 승부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나연은 10,11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1타차로 따라붙었다.
균형은 짧은 파4인 15번홀에서 깨졌다. 이 홀은 원래 323야드로 셋업됐으나 왼쪽으로 굽어진 데다 이날은 티잉 그라운드를 앞으로 67야드나 빼 256야드밖에 안됐다. 드라이버샷 랭킹 31위(254.9야드) 최나연이 드라이버를 잡고 볼을 그린 왼편 러프에 보내자 청야니도 기다렸다는듯이 드라이버 티샷을 했다. 청야니는 이 부문 1위(268.6야드)다. 볼은 홀옆 2.5m지점에 멈췄다. 최나연의 버디퍼트가 홀을 외면한 것을 본 청야니는 ‘탭 인 버디’를 성공, 2타차로 달아나며 합계 14언더파 202타(65·70·67)로 시즌 6승째를 거뒀다.
최나연은 그에게 1타 뒤져 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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