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경기 후 “다운스윙 때 균형을 잡지 못해 스윙을 멈추려 했으나 그러지 못해 허공에 스윙했다”고 해명했다. 동반 플레이어는 “실제 스윙인지 연습 스윙인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했으나 경기위원은 비디오 판독끝에 “‘칠 의도가 없었다’는 케빈 나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무 벌타’로 판정했다. 그는 그 대회에서 프로 데뷔 후 첫승을 거뒀다.
케빈 나의 경우와 다르긴 하지만, 골퍼들은 칠 생각아래 스윙했는 데 클럽이 볼을 맞히지 못하는 일이 가끔 있다. 발끝이 오르막인 라이에서 어렵사리 스윙을 했는데 클럽이 허공을 가르고 마는 일이 그 사례다. 이를 ‘에어(air) 샷’ 또는 ‘휘프’(whiff)라고 한다. 동반자들은 모두 실제 스윙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연습 스윙이었다고 발뺌을 한다.
이 경우 본인이 한사코 연습 스윙이었다고 주장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실제 스윙이라면 1타로 치지만, 연습 스윙이었다면 말 그대로 연습 스윙일 뿐이다.
티샷도 마찬가지다.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고 힘껏 스윙했는데 클럽헤드가 볼위를 지나가는 일이 종종 있다. 이 때 동반자들은 “연습스윙 한번 힘차다”고 위로를 해주곤 하는데, 본인이 양심이 있으면 1타를 가산해야 마땅하다.
◆베테랑도 헛쳤다
데이비스 러브3세는 2006년 USPGA챔피언십 1라운드 17번홀(파3) 러프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티샷이 그린을 넘어 깊은 러프에 멈췄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프로는 그린을 향해 두 번째 샷을 했는데, 웨지는 그만 볼은 건드리지 않은 채 볼밑을 통과하고 말았다. 헛친 것이다. 당황한 러브3세의 다음 샷은 벙커에 들어갔고, 결국 4온2퍼트로 트리플 보기를 했다. 선두였던 그는 4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로레나 오초아도 헛친 적이 있다.2007년 미국LPGA투어 나비스코챔피언십 3라운드 17번홀(파3). 6번아이언 티샷이 나무를 맞고 러프에 빠졌다. 두번째 피치샷은 그린을 넘어 또다시 러프. 그 곳에서 가뿐히 띄워치는 플롭샷을 시도했는데, 볼은 그대로 있고 클럽헤드만 볼밑을 지나갔다. 헛친 것. 오초아는 결국 그 홀에서 ‘쿼드루플 보기’(한 홀의 파보다 4타를 더 친 스코어)인 7타를 기록하면서 졸지에 선두권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오초아의 그 대회 성적은 공동 10위.
미셸 위는 2006년 미국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1라운드 14번홀(파4)에서 티샷이 카트도로에 멈춰 드롭했다. 드롭후 러프에서 친 두번째 샷은 그만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헛친 미셸 위는 허공을 향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레이업-언플레이어블 볼끝에 결국 6온2퍼트로 ‘더블 파’를 기록하고 말았다.
◆그린에서도 퍼터로 헛친다?
그린에서도 헛칠 수가 있다. 2001년 2월 미국 시니어PGA투어 로열캐리비안클래식때의 일. 일본계 골퍼 아오키 이사오는 마지막날 첫 홀에서 ‘탭인 거리’(대충 쳐도 들어갈 수 있는 짧은 퍼트 거리)의 볼을 퍼트하려다가 그만 헛치고 말았다. 의도한 스윙이었으므로 1타가 가산된 것은 물론이다. 그 홀 스코어는 보기 대신 더블 보기가 됐고, 그는 1점(그 대회는 스코어를 점수로 환산해 순위를 가리는 스테이블포드 방식이었음)차로 2위에 머물렀다.
‘골프는 집중력의 게임’이라는 것을 실증한 장면이었다. <골프규칙 2장 ‘용어의 정의’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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