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편을 끝마치며 |
![]() |
삼국지연의의 명장면인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를 그려놓은 그림. |
(아주경제 배인선 김현철 기자)“유비는 제갈량의 오두막을 세 번이나 찾아가 간청하여 드디어 제갈량을 군사로 맞아들이게 된다......”
중국 허베이 친황다오에서 이동을 위해 택시를 탔을 때 일이다. 때 마침 택시 안 라디오에서는 삼국지연의의 ‘삼고초려’ 부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사님, 삼국지 좋아하세요?”
“그럼요. 중국인이라면 남녀노소 다 알고 있는 게 삼국지 아니겠어요? 매일 저녁 운전하면서 틈틈이 삼국지 방송을 듣는답니다.”
삼국지 인물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냐는 물음에 그는 주저없이 제갈량을 꼽았다. 똑똑하고 총명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중국인들에게 삼국지에 관해 물어보면 입에서 술술 삼국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기본이다.
![]() |
삼국지에 관해 물어보자 "삼국지는 남녀노소 다 아는 중국 고전 아니냐"며 삼국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중국인 가이드 샤오리. |
삼국지가 중국인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은 일상 생활 속에서 이야기하는 속담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논쟁하지 말라(三国看三遍,此人不可交)’, ‘젊어서는 수호지를 읽지 말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말라(少不看水滸, 老不看三國)’라는 말이 대표적인 예다.
삼국지를 읽으면 읽을수록 영악해지고 잔꾀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런 말까지 나온 것이다.
취재진은 허베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중국, 특히 허베이성에 불고 있는 삼국지 열풍을 느낄 수 있었다.
도원결의에서 이름을 따온 ‘결의로’‘도원반점’, 장비의 이름을 딴 술 ‘장비연’, 조자룡의 이름을 딴 ‘조운교’ ‘자룡광장’ 등등. 거리 곳곳에서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이나 지명을 딴 가게 이름이나 도로,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 |
장비의 이름을 따서 만든 줘저우시 특산품 술 장비연. |
하지만 1800여년의 오랜 시간이 지난 탓일까. 허베이성에 있는 삼국지 관련 유적지들은 마치 권력의 덧없음과 세월의 무상을 말해주듯 삼국지의 명성에 비해 대체적으로 허술하게 보존돼 있었다.
이제는 그 흔적만 간신히 남아있는 유비나 조자룡의 생가, 장비의 사당에 세워진 두 동강 난 옛 비석들, 화려했던 옛 제왕의 성은 형장의 이슬처럼 사라진 채 옥수수만 무성하게 자라나 쓸쓸함 마저 느껴지는 조조의 업성 유적지, 초라하게 무덤만 남아있다는 원소의 옛 무덤 등등.
![]() |
중국 허베이 스자좡 정딩현 고성 남문에서 바라본 정경. 고성 남문 서쪽에 조자룡의 생가가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아직 복원은 되지 않은 상태다. |
삼국지 이야기에 나오는 그 역사의 현장은 이제 마치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듯 하다.
다행인 것은 이제라도 허베이성에 삼국지 유적 살리기 열풍이 불면서 곳곳에서 삼국지 유적 복원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첸쉐주(千學柱) 줘저우시 여유국 부국장은 “현재 유비 생가의 옛 자리에 다시 고택을 복원 중에 있다”며 “다음 번에 올 때는 분명 유비의 생가를 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조조 천년 고도의 옛 터만이 황량한 벌판 위에 자리잡고 있는 한단시 린장현 업성 유적지 역시 마찬가지다. 조조 업성 박물관 오픈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데다가 조만간 유적지와 박물관 등을 연계해 삼국지 테마파크까지 건설 계획 중에 있다.
![]() |
10월 초 개관 예정인 허베이성 한단시 린장현 업성 박물관. 향후 이곳에는 박물관과 함께 거대 삼국지 테마파크가 세워질 계획이다. |
실제로 린장현 여유국 관계자는 “허베이성 전체적으로 삼국지 유전 발굴 및 보존에 힘쓰고 있다”며 “향후 삼국지를 사랑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허베이성 곳곳에 자리잡은 삼국지 유적에 찾아오길 바란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1800년 전 삼국지 영웅호걸들이 서로 실력을 겨루던 그 역사의 현장을 몇 년 뒤 다시 찾았을 때 훨씬 더 생생하지만 지금과는 또 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정든 허베이성 삼국지 무대와의 작별을 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