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및 한국수입차협회가 발표한 9월 내수 자동차 판매실적을 국가별로 나눈 결과, 7월 FTA가 발효된 유럽은 전년동기대비 19.4%, 미국은 전년동기대비 16.7%로 전체 성장률(5.0%)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협회들은 생산을 기준으로 국산차와 수입차로 양분, 국가별 실적이 불명확하지만, 이를 ‘재구성’했을 경우 FTA 효과가 더욱 명확히 나타난 것.
국내에서 생산하는 유일한 한국 고유 브랜드 현대ㆍ기아차의 9월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2% 소폭 증가에 그친 9만8205대에 그쳤다.
점유율은 전체의 73.2%로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성장률이 전체 평균에 못 미치며 2.8%포인트 낮아졌다.
닛산ㆍ도요타ㆍ혼다ㆍ스바루 등 일본 4개 브랜드도 전년동기대비 7.8% 감소한 1604대만을 판매하며 부진했다. 그나마 닛산의 소형 신차 ‘큐브’가 439대로 히트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이 기간 중 일본 미쓰비시는 아예 판매가 중단됐다.
반면 7월 FTA가 발효 차량 가격이 1.4% 전후 낮아진 유럽차의 경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프랑스 르노그룹 산하 르노삼성은 뉴 SM7 등 신차를 앞세워 전년동기대비 9.4% 늘어난 1만1215대를 판매했다. 점유율은 8.4%.
폴크스바겐-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고급 브랜드 ‘빅3’ 역시 월 2000~2600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17~62% 판매가 늘었다. 3사의 점유율은 5.2%. 이들 대부분이 5000만원을 넘는 고급차 위주인 걸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이들 회사는 한-EU FTA 추진 당시부터 시장 확대 가능성을 예견, 지난해부터 신형 E클래스(벤츠), 신형 5시리즈(BMW), 신형 A6(아우디) 등 신차 공세를 펼쳤다.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의 경우 절대적인 판매대수(146대)는 적지만 지난해보다 무려 5배 이상의 판매고를 보였다.
이들의 실적을 합산한 전체 유럽차 점유율은 14.0%였다.
미국의 경우도 한국지엠이 지난해 말 알페온을 시작으로 내달 쉐보레 말리부까지 총 8종의 신차를 선보이는 등 공세를 펼친 결과, 전년동기대비 17.3% 증가한 1만1754대를 판매했다. 점유율 역시 8.8%로 르노삼성과 치열한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드가 다소 주춤했지만, 크라이슬러와 캐딜락 역시 전년동기대비 판매가 늘었다. 이들에 힘입어 미국차의 전체 점유율도 9.2%로 증가했다.
이는 한-미 FTA가 아직 발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사전 신차 마케팅 효과만을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에 미국차의 약진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 질 전망이다.
지난해 1월 한국과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를 맺은 인도 브랜드의 경우도 결과적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약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인도 타타그룹에 인수된 영국 고급차 브랜드 재규어ㆍ랜드로버는 내수 시장에서 전년동기대비 30% 증가한 195대를 판매했으며, 올 3월 마힌드라그룹이 완전 인수된 쌍용차 역시 이달 평소보다 부진했음에도 지난해에 비해서는 21.7% 늘어난 3000대를 판매했다.
이를 합산한 인도 브랜드 점유율은 전체의 2.4%로 한 축을 맡게 됐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FTA 관세 인하 효과가 가시화 될수록 내수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한국 기업(현대·기아)은 외국계 기업(나머지)에 대한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며 "단 한국 기업의 품질력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홈 그라운드 이점도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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