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환율 하락은 외국인의 투자 수급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채권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의 상황에서는 도리어 주식시장의 등락이 채권투자에 큰 변수가 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던 환율이 3거래일째 내림세로 방향을 전환해 채권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상황에서는 환율 하락이 채권시장의 수급여건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장세가 유동성 경색 국면이 아니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선택 문제인 탓이다.
대부분 환율이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채권시장에 유입된다.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던 지난 2월18일부터 3월31일까지 무려 9만9870계약의 국채선물을 순매수한 반면 원·달러 환율이 저점 대비 70원 가량 상승했던 지난 9월19일에는 채권을 대량 매도해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13bp(1bp=0.01%)나 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신용경색 이슈에 따른 자금 유출입보다는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자금이동이 주된 흐름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 움직임보다는 증시 변동성에 따라 채권시장에 대한 수급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즉, 주식시장의 등락 정도에 따라 상대적인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에 대한 수요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재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환율 하락은 오히려 채권시장의 약세 요인"이라며 "현재 채권시장은 증시 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환율 하락 폭보다 증시의 회복 속도에 주목해 채권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국내증시가 18% 하락했던 지난 8월4일부터 9월26일까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6bp 가량 하락했는데, 이는 외국인들이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인 채권을 사들인 덕분이다. 또 이후 7% 가까이 주식시장이 오르자 채권시장의 자금이 이쪽으로 이동하면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하락 규모가 3bp로 줄어 들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