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IB 경쟁력 키워라… 국내기업 해외사업도 참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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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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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SK그룹은 싱가포르 주롱(Jurong) 섬에 아로마틱스(방향족) 생산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지난 3월 착공했다. 총 사업비 24억 달러 규모로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해외 투자개발형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이 사업에 참여한 국내 금융기관은 수출입은행(6억1800만 달러)과 산업은행(1억3000만 달러) 등 국책은행 2곳에 불과하다. 반면 해외 대형 상업은행은 10곳이나 참여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한국 기업이 벌이는 해외 사업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투자은행(IB) 부문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권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과 새로운 수익기반 창출을 위해 IB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경험 부족과 열악한 자금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IB 업무 중에서도 국내 기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금융자문 및 금융주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미개척 지역을 타깃으로 삼고 해당 지역 내에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은행권, IB 경쟁력 강화로 수익기반 확충

국내 은행의 전체 수익 중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3% 수준.

해외수익 비중 확대가 절실하지만 부족한 점포망과 낮은 인지도 때문에 기업 및 가계금융을 통해 수익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전략 수립, 해외 프로젝트 금융자문 및 금융주선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IB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시중은행 최초로 발전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주선권을 획득하고 동두천(사업규모 1조3400억원)과 춘천(사업규모 7200억원)의 LNG 복합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금융주선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건설사의 해외 인프라 사업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글로벌인프라펀드(GIF)’를 조성했다.

산업은행도 오는 2020년까지 해외수익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PF 전문 데스크를 설치하는 등 IB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35년간 쌓은 정책금융 노하우를 IB 경쟁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 금융자문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과 인력 확충에 나섰다.

◆ 업무영역·지역 ‘선택과 집중’ 필요

국내 금융회사의 IB 업무 수준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업계가 글로벌 IB를 육성한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십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해외 대형 IB에 비해 경험과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후 노무라가 IB 부문을 매입했지만 연봉 인상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

노무라의 IB 역량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IB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증명하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대신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자문과 금융주선 업무를 중심으로 IB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대기업의 IPO와 M&A 건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국제적인 명성을 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플랜트나 자원개발 등 해외 사업에서 국내 기업들이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어 이에 대한 금융자문 및 금융주선 수요는 넘쳐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프로젝트 발주가 많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대한 정보 수집과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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