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아트센터는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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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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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택 예술의전당 사무처장

예술은 인류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역사의 단면을 채증하고 보관하는 타임캡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또한 과학, 교육, 정치, 군사 등 다양한 분야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많은 변화를 이루기도 하였다. 더불어 이러한 예술의 변화는 각 시대를 상징할만한 특징적인 사조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의 단면과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의 특징을 간직하고 보여주는 곳이 있다. 그 장소를 우리는 아트센터라 부른다. 최근 들어 세계 각 지역에 산재한 아트센터들이 변이하고 있다. 그 이유를 생산·유통방식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경제의 근간이 되는 생산·유통방식을 거의 화석연료에만 의존해 왔는데, 이로 인한 부작용이 인류에게 자각이라는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위기감을 조성하고 인류가 공유하던 고정관념도 파괴해 버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예술계의 지각변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예술은 지금까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역할에 주력한 나머지 낙관적인 미래관에만 의존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전통에서 기인한 예술사조들은 자연과 신의 역사를 찬미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철학의 친구로서 형이상학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주력하며, 시대의 단면을 거울처럼 담아내기에 분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간의 탐욕과 무지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위기의식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러한 조용한 반론들을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예술작품만을 변화시키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예술의 세계로 접근하는 문턱을 낮추어 관객의 저변도 확대시켰다. 더불어 문화아이콘으로 행세하던 아트센터의 운영정책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즉 예술이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자 아트센터가 실질적이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해외의 유명 아트센터인 링컨센터와 시드니오페라하우스의 예에서 볼 수 있다. 링컨센터는 관객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기부를 유치, 어둡고 침침했던 David Rubenstein Atrium을 관객편의시설로 개선하고 공공장소로 변화 시켰다. 그 결과 한 해에 15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 되어 관객은 물론이거니와 시민들이 애용하는 명소가 되었다.

또한 지금도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후원을 유치, 12억 달러의 재개발 계획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시드니오페라하우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객석수가 작은 오페라극장을 새로 건립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콘서트홀을 개조해 새로운 오페라하우스를 마련하자는 의견과 별도의 장소에 새로 건립하자는 의견이 이 제시되고 있다. 매우 획기적인 방법으로는 유조선과 같은 대형 폐선을 재활용하여 세계각지의 바다를 찾아다니는 극장을 건립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나라 아트센터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 예술의전당 음악당에 600석 규모의 ‘IBK 챔버홀’이 문을 열었다. 이 공연장의 완공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예술의전당 전공간과 IBK 챔버홀의 설계자인 건축가 김석철은 예술의전당의 변화에 대해 ‘아트센터는 진화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말은 예술사조의 변화와 결합한 관객의 요구에 의해 예술공간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뜻으로 예술의전당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건립 초기 예술의전당은 아트센터로서 요건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공연·전시가 지금과 같이 매일 개최되지 않아 관객도 적었고, 거대한 공간을 채울만한 소프트웨어도 충실하지 않았다. 게다가 낮 시간대를 채울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노하우도 턱없이 부족해 낮 시간대 공동화 현상은 피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예술의전당이 개관한 1988년부터 오페라극장이 문을 연 1993년까지 한해 평균 관객 수가 50만 명 선에 머무를 수밖에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사회 전반에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민의 예술향유 욕구도 증가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국민이 아트센터에 거는 기대도 커지게 되었다. 예술의전당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추구하게 되었다. 특히 2008년에 있었던 예술의전당 정문 역할을 하는 비타민 스테이션의 개장은 주목할 만하다.

관객편의를 위하여 안내, 예약, 휴식, 식사, 전시관람 등의 생활편의공간으로서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아트센터의 골칫거리인 낮 시간대 공동화 현상을 없애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야외공간에는 음악분수와 야외무대를 설치해 예술의전당 전역을 예술주제공원에 어울리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일반 시민들이 예술의 향취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 결과 2010년 기준, 공연과 전시를 관람한 관객만 233만 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산책을 위한 내방객이나 야외공연관람객까지 더한다면 예술의전당은 엄청난 진화를 이뤄낸 셈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예술사조가 탄생하고 그에 따라 관객의 요구도 진화한다. 아트센터의 주 상품인 예술경향의 변화를 인지하고 관객의 요구를 파악하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균형 있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진화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것을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트센터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도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진화와 같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예술의전당이 추구하는 진화에 성공하려면 예술의전당의 주 고객인 국민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후원은 필수적이다. 그 이유는 국민의 관심과 사랑으로 이룩한 예술 인프라는 우리사회의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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