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두드리며> 스티브 잡스의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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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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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을 전면에서 보면 버튼이 하나다. 단순함의 극치다. 동그란 버튼 하나를 남겨두고 다른 것은 다 버렸다. 버튼 하나 외에는 여백으로 남는다.

업계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면서 기존 휴대폰에서 통용되던 통화종료 버튼과 백 버튼을 없앤 것부터 획기적이다.

잡스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고 강조한 것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아이폰은 국내에 들어오면서부터 큰 충격파를 던졌다. 이전까지 스마트폰을 통한 와이파이 접속이 활성화되지 않은 가운데 무선데이터 요금을 벌어들이던 이통사들의 영업전략에 일격을 가했다.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앱스토어를 만들고, 갑의 관계인 대기업으로 군림하던 행태를 비웃듯이 수익은 수수료 30%만 남기고 개발자에게 돌아가게 했다.

잡스는 늦게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렇게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모바일 생태계를 창조했다.

그런 잡스의 청년 시절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잡스의 '버리기'는 학교생활에서도 나타난다.

대학에 들어가 6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청강생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을 꼭 졸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린 것이다.

청년 시절의 방황은 잡스에게 혁신의 유전자를 갖도록 만들었다.

잡스는 청강생으로 지내면서 당시 열풍이 불던 히피문화에 물들게 된다. 인도 여행을 다녀오는 등 불교에 빠지기도 하고, 서체와 철학에 관심을 갖고 수업을 들었다.

청강생 시절은 대학 입학 이전 전자부품에 빠져 있던 잡스에게 인문학적인 소양을 심어줬다.

그는 애플의 제품에서 복잡하고 잡다한 것을 배제하고 미니멀한 단순미를 강조했다. 오랜 방황 끝에 '버리기'의 중요성을 체득한 것이 보탬이 됐으리라. 가지를 치고 또 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처리하는 단순함이다.

잡스는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자신이 창조한 것을 대중들이 따라오게 만들었다. 잘 팔려야 한다는 생각은 버렸다. 잡스가 늘 갈망하고(stay hungry) 우직하게 가라고(stay foolish) 2007년 스탠퍼드대학 졸업식장에서 설파한 것도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는 것을 버리라는 충고로 해석할 수 있다.

잡스의 벤처정신, 도전정신은 청소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 문제는 도전하기를 꺼리고 누구에게나 좋아 보이는 1등 직장만을 선호하는 탓에 악화되고 있다. 일자리가 있는데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꿈을 좇기보다는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나 원하는 직장, 모두가 좇는 길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대신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려는 모험이 청년들에게 필요하다.

청춘들이 치열하게 방황하고 자신의 꿈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잡스는 하늘나라에 가서도 그곳을 바꾸어놓을 무언가를 창조하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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